무너졌던 폭군 알도, '13초 흑역사' 지울 기회 올까?

김종수 2021. 8. 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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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맥그리거와의 2차전 루머, 리벤지 기회

[김종수 기자]

전 UFC 페더급 챔피언 '스카페이스(Scarface)' 조제 알도(35·브라질)에게 2015년 12월 13일(한국 시간)은 파이터 인생 최악의 날로 기억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서 열린 'UFC 194'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숙적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3·아일랜드)에게 넉아웃 패배를 당하며 타이틀을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맥그리거에게 당한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데미지를 알도에게 안겨줬다. 매치업이 발표되기 훨씬 전부터 심리전의 달인 맥그리거는 장기인 독설을 활용해 알도의 속을 잔뜩 긁어놓았다. 알도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경기 당일만 기다렸다. "나와 붙게 된 것을 후회하도록 케이지에서 확실하게 때려주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안타깝게도 이날 경기에서 웃은 쪽은 맥그리거였다. 알도는 평소와 달리 잔뜩 흥분해있었고 공이 울리기 무섭게 맥그리거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페더급에서 소문난 카운터 펀치의 달인에게 무작정 달려든 것은 알도의 큰 실수였다. 맥그리거는 기다렸다는 듯 왼손 카운터를 적중시켜버렸다. 큰 충격을 받은 알도는 그대로 무너졌다. 경기 시작 13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날 경기 결과로 인해 두 선수의 입지는 완전히 역전됐다. 이날 전까지 알도는 26경기에서 25승 1패를 기록하고 있었고 18연승을 질주하며 극강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10여년 만에 1패를 추가하고 넉 아웃으로 쓰러지고만지라 폭군 콘셉트에 금이 가버리고 말았다.

반면 맥그리거는 UFC 7전 전승으로 단순히 입만 살은 파이터가 아님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상품성에 챔피언 타이틀까지 추가되며 날개를 다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분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알도와 웃으며 함성을 내지르는 맥그리거의 상반된 모습이 이날의 분위기를 말해주었다.
 
 전 UFC 페더급 챔피언 '스카페이스(Scarface)' 조제 알도
ⓒ UFC
 
잘나가던 '폭군' 알도

알도는 신장(170.1cm)은 작지만 빼어난 운동신경과 공격성을 바탕으로 WEC, UFC 페더급을 장악하며 오랜시간 동안 지배자로 불렸다. 폭군, 폭행몬스터 등 그를 가리키는 다양한 별칭이 체급 내에서의 위상을 짐작케 해준다.

한창때의 알도는 무에타이를 특기로 하면서도 복싱 특유의 거리 감각과 회피 능력을 두루 갖춘 전천후 타격가로 평가받았다. 무에타이 스타일은 파워는 좋지만 바닥에 발을 붙이고 찰 때가 많아 종합 무대에서 날렵한 스텝을 갖춘 펀처를 만나면 종종 고전하기 일쑤다. 알도는 다르다. 안면 공격에 대한 회피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근거리에서의 펀치교환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복서들처럼 경기 내내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기동성을 살리지는 않지만 필요한 순간 날렵하게 카운터를 날릴 줄 안다. 다리는 붙이고 있어도 머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편이며 순간적으로 자신은 공격이 용의하고 상대는 어려운 사각으로 빠진 상태서 펀치각을 만들어내는 기술자다. 로우킥, 플라잉니킥 등 공격 옵션도 다양하다.

거기에 그간 수많은 경기를 통해 입증했다시피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은 UFC 전체급을 통틀어서도 톱클래스다. 워낙 거리싸움, 균형감각이 좋은지라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거니와 설사 중심을 잃고 넘어져도 등이 바닥에 닿기 무섭게 금세 몸을 일으킨다. 그래플러 입장에서는 지독하게 잡아놓기 힘든 스타일이다. 흡사 한 마리의 고양이과 야생동물을 연상케 할 정도다.

전성기가 지나가는 베테랑간 2차전?

1차전 패배 이후 알도는 당장이라도 맥그리거와 2차전을 벌이고 싶어 했으나 지금까지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연전을 자주 만들어내는 UFC임을 감안했을 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다. 두 선수 이름값만 놓고 보면 벌써 서너 번은 더 맞대결이 이뤄졌어도 이상하지 않다.
 
 현재의 맥그리거에게는 알도가 필요하다.
ⓒ UFC 아시아 제공
 
여기에는 맥그리거의 엄청난 상품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맥그리거는 UFC 역사상 유일하게 스스로 대진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였다. 거물 알도를 꺾은 맥그리거는 그와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었다. 자칫 리벤지라도 당하게 되면 애써 만들어놓은 위상이 다시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맥그리거는 알도와의 재대결 대신 타 체급을 넘나들며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스타일인 에디 알바레즈를 꺾고 라이트급 타이틀까지 차지한 맥그리거는 이후 전설적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4·미국)와 이벤트성 복싱시합을 펼치는 등 세계 격투계의 뜨거운 감자로 군림했다.

맥그리거가 UFC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그가 패한 경기를 통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맥그리거는 자신이 이겼던 상대와의 리매치에 대해서는 "넌 이미 패자다"는 태도로 무시해버렸지만 네이트 디아즈와의 1차전, 더스틴 포이리에와의 2차전처럼 자신이 지게 될 경우 서둘러 리매치를 가졌다.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3·러시아)같이 방법이 없다 싶은 상대에게는 스스로 포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UFC 안팎에서 알도와 맥그리거의 2차전 루머가 돌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맥그리거는 최근 포이리에와 가진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파이터로서의 존재감이 확 떨어진 상태다. 아무리 흥행성이 높다 해도 패배가 늘어나다 보면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영리한 맥그리거에게 이름값 높은 제물이 필요해졌다. 이겨도 크게 얻는 것이 없는 상승세의 젊은 파이터보다는 알도같이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노장이 적절하다. 맞대결에서 이기게 되면 이후의 선택지가 한층 넓어질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자신의 SNS 등에서 뜬금없이(?) 알도를 치켜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퍼즐 맞추기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물론 맥그리거는 최근 라이트급에서 주로 뛰고 있고, 알도는 체급을 낮춰 밴텀급에서 활약중이다. 사실상 양 선수의 체급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사 가능성은 낮지 않다. 알도에게는 자신의 격투 인생 최악의 흑역사를 지울 기회이고, 맥그리거는 알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지만 있다면 서로간 합의하에 체급을 맞춰서라도 경기를 가질 수 있다.

매치업이 성사된다 해도 경기 양상은 지난 1차전 때와는 달라질 공산이 크다. 알도는 예전의 전천후 타격가에서 펀치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는 패턴으로 바뀐지 꽤 됐고, 맥그리거 역시 한창때의 날카로움이 다소 무디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둘의 2차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 폭군과 악동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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