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영화감독들, 내밀한 자기 고백으로 사회 변화를 요구하다

류지윤 2021. 8.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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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아름 감독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나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

영화 감독들이 자신의 경험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사회 문제를 꼬집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전적 이야기는 일인칭 시점으로 표현되는 '나'를 통해 현실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주로 삼는다.


박강아름 감독은 신작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통해 "나는 종종 자주 매일 생각했다. 박강아름은 왜 결혼했을까"라고 자신과 세상에 묻는다. 결혼 후, 남편 성만을 구슬려 자신의 유학길에 동행하게 만든다.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아름은 행정과 경제를 맡고,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남편 성만은 가사와 육아를 맡으며 전통적인 젠더 역할을 유쾌하게 뒤집었다. 박강아름 감독은 일도, 연애도 모두 잘해내고 싶었던 자신을 통해 30대 여성에 비유한다.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은사사건건 부딪친다. 외부 일로 정신없던 아름은 집안을 살필 여유가 없고, 타지에서 집 안에 갇혀 살림과 육아를 하는 성만은 우울해진다. 젠더 역할만 바뀌었을 뿐 이들의 가정은 흔한 가정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박강아름 감독은 '프랑스 타지살이'라는 특수성이 만들어낸 젠더 역할과 권력의 구조를 발견하고, 가정의 경제권과 주도권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가정 안에서 경제권을 가진 사람이 권력의 우위에 서고 그 반대의 사람이 가사와 육아 노동에 빠지며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잃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남성, 여성의 역할이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젠더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젠더에 따른 역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앞서 박강아름 감독은 '박강아름의 가장 무도회'를 자신이 수년에 걸쳐 외모실험을 했던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적이 있다. 감독이 예쁘지도 않으면서 꾸밀 줄도 모른다고 비난하고 충고하는 사람들, 감독의 외모 변화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변화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한국사회가 얼마나 외모에 집착하는지 보여줬다.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불편하게 여기지만 정작 본인 마저도 욕망이 내재화 돼 있음을 깨달으며,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은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박강아름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에 대해 "첫째,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 여전히 나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장 잘 알면서도 가장 잘 모르는 대상은 '나' 자신이지 않을까 싶다. 다큐멘터리는 결국 '인간'을 대해 말하는 매체이다"라고 밝혔다.


청각장애인 부모의 삶과 건청인 남매의 성장담을 그린 '반짝이는 박수소리'도 이길보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주인공은 수어를 사용하는 부모님이고 이길보라 감독은 그들을 소개한다. 소리없는 세상에서 행복과 신뢰를 쌓아가는 부모를 위해 이길보라 감독이 동생과 함께 세상의 가교 역할로 나선 것이다.


이길 감독은 부모님의 세계과 완전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며 자랐지만 세상에 나갔을 때 연민으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봐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들리지 않는 세상과 들리는 세상 사이에는 편견과 충돌이 존재하지만 이길보라 감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침묵의 세계를 솔직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반짝이는 박수소러'는 청각장애인 가족이 결코 특별하지도 다르지도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통해 이길 감독은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데 보탬이 됐다.


다큐멘터리 '까치발'은 발끝으로 서서 걷는 6살 딸 지후를 바라보는 권우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까치발이 뇌성마비 징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엄마 우정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는게 모두 제 탓인 같은 죄책감을 느낀다. 이 죄책감은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연결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에게 신경질적으로 윽박지르게 되고 남편과의 싸움도 잦아진다. 무엇보다 딸이 웃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권우정 감독은 '까치발'을 통해 완벽한 엄마가 아닌 자신의 모습을 고백한다. 아이가 뇌성마비일 수도 있다는 진단 이후 불안에 시달리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며, 아이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들의 모습을 모성애로 미화하지 않고, 엄마라는 이유 만으로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는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모든 작품이 그렇 듯 자신의 이야기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해도 모두의 박수를 받을 순 없다. 하지만 성찰적인 시선을 통해 내밀한 자기고백에 머물지 않고 감독의 경험·기억· 시각에 의해 해석되는 세상과 현실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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