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OK, 先양보 NO" 연합훈련으로 재확인 '바이든 대북원칙론'
美 "북한 적대시한 적도 없어" 선 그어
"연합훈련은 北 아닌 한·미가 결정할 일"
국내 논란 '김여정 하명' 여지조차 차단
'대화에 열려 있지만 대화용 선물 없다'
바이든 행정부 원칙적 입장 선명해져
한ㆍ미 연합훈련이 사실상 예정대로 실시 수순을 밟으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서 ‘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도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지난 10일과 11일 연이어 연합훈련 실시를 비판하며 “안보 위기”까지 언급한 데 대해 미 국무부는 “연합훈련은 순수한 방어적 성격”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북한을 향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며 이렇게 답했다. 또 “우리는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에 전념하고 있으며, 우리의 연합 방위 태세는 철통 같은 동맹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해왔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한ㆍ미 연합훈련을 “우리 국가를 힘으로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애초에 대북 적대시 정책 같은 것은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방어적 성격을 강조한 것 역시 연합훈련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며, 이런 위협이 제거되기 전에는 실시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 대변인실도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보낸 입장문에서 “한국을 어떤 위협이나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견고한 방어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연합훈련은 한ㆍ미 양국의 결정이며, 모든 결정은 상호 합의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훈련은 북한으로부터 위협받는 당사자인 한ㆍ미가 결정할 일이지 위협을 가하는 주체인 북한의 반응에 따라 실시 여부를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국내에서 논란이 된 ‘김여정 하명’의 여지 자체를 차단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대북 관여 원칙도 다시 확인했다.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남북 대화, 남북 관여를 지지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말폭탄을 쏟아붓지만, 무력 도발 등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연합훈련을 통해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온다면 환영하겠지만, 북한에 대화용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먼저 양보할 뜻은 없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원칙론적 입장이 다시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목을 매는 제재 문제 역시 미국은 원칙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계기로 아시아 순방 중인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11일 전화 브리핑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선 “특히 북한 정권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국경을 폐쇄한 이후, 북한의 지독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조치는 인도주의 단체들, 유엔 기구들, 다른 국가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지원하려는 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이미 유엔으로부터 면제를 받은 지원들 말이다”라며 인도주의 위기의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어 “우리의 제재는 나쁜 행위자들이 우리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미국, 동맹, 파트너, 민간인을 위협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북한은 자국민을 갈취하고 자원을 유용해 핵ㆍ미사일 무기를 개발하는 데 써왔다”며 대북 제재의 목적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제재 해제를 북ㆍ미 대화의 조건으로 걸지만, 애초에 제재를 가하게 된 원인을 따져보면 제재 완화나 해제는 비핵화 조치 전에는 힘들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그는 “하지만 제재는 인도주의 활동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런 행위는 제재 대상에서 면제되며, 우리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승인은 더 빨리 처리해왔고 여전히 그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한 한 빨리 인도적 지원을 가능하게 할 추가적 방법을 고려하는 데 열려 있다”고 말해 인도주의적 목적의 대북 관여에는 열려 있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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