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북한에 휘둘리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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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에 대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전략에 넘어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북한이 연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는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한 채 침묵만 지키고 있다.
북한은 잘 짜 놓은 각본처럼 움직이는데, 정부는 내분과 함께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반복한다면 남북 정상회담 개최는 커녕 오히려 남북 관계만 더욱 악화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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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에 대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민감한 대북 정보 하나를 터트린다.
박 원장은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의 전격 복원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이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를 맡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간사가 회의를 마친 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나온 얘기다.
박 원장의 발언이 공개되자 파장이 일어났다. 통일부 등의 정부 당국이 오히려 해명에 나섰다.
통일부는 최근 남북 통신선 복원이 김 총비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어느 일방이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남북 통신선 복원은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계기로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신뢰 회복과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 아래 성사시킨 결과물"이라고 재확인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 박 원장의 발언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국회 정보위의 정보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어 박 원장의 발언이 잘못 전해졌다는 것이다.
다른 상임위와 달리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피감기관으로 둔 정보위는 대부분의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뒤 사후에 여야 간사가 국정원 보고 내용을 브리핑한다.
이 때문에 국정원의 보고가 간사들의 입을 한 번 더 거치며 애초와 다른 맥락으로 전달되거나 여야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부터 일주일 지난 10일, 상황은 반전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 사전훈련 개시일인 10일 오전 비난 담화를 낸 후 오후 남북 통신선이 단절됐다.
남북 통신선이 지난달 27일 전격 복원된 이후 14일 만에 다시 불통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남북 통신선 문제를 언급했다.
김영철은 이날 담화에서 남북 통신선 복원이 북한의 ‘선의’이자 남측에는 ‘반전의 기회’였다고 표현했다.
이어 김 부부장이 1일 담화를 통해 "의미심장한 경고와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지만 "남측이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면서 통신선 단절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겼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통일부는 부인했지만 박 원장의 지난 3일 국회 발언에 힘이 실렸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전략에 넘어갔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미 연합훈련 시작 직전 통신선을 복원했을 때부터 통신선 복원의 대가로 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떠넘기며 긴장을 높일 명분을 만들기 위한 북한의 전략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확실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이다. 북한이 연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는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한 채 침묵만 지키고 있다.
정부가 남북 관계를 주도하고 싶은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북한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북한은 잘 짜 놓은 각본처럼 움직이는데, 정부는 내분과 함께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반복한다면 남북 정상회담 개최는 커녕 오히려 남북 관계만 더욱 악화될 뿐이다.
정부가 흔들릴수록 북한은 비난 폭탄과 함께 무력도발로 한반도 평화 모드를 깨려 할 것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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