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고집' 황선우 "내 단거리 기록, 내가 깬다"
"체격 키우면 세계적 선수 가능
항저우·파리선 태극기 올릴 것"
수영연맹, 포상금 1000만원 수여
‘수영 괴물’ 황선우(18·서울체고)는 도쿄올림픽을 벌써 잊었다.
황선우는 11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포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도쿄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신기록(47초56)을 세우는 등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정창훈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황선우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그가 더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의외로 담담했다. 올림픽에서 보낸 달콤한 순간을 뒤로하고 다음 목표만 생각하고 있었다. 황선우는 “내년에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항저우아시안게임 등이 열린다. 자유형 50, 100, 200m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또 2024년 파리올림픽에선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자유형 100m에서 황선우는 중국의 닝쩌타오가 2014년 10월 작성한 종전 아시아기록(47초65)을 7년 만에 0.09초 단축했다. 자유형 200m 예선에서는 한국신기록(1분44초62)을 세웠다. 비록 메달을 터치하진 못했으나,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하게 겨루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지난 1일 올림픽을 마치고 입국했을 때 수백 명의 팬이 모였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는 4000명에서 22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황선우는 벌써 미래를 생각한다. 단거리에서 상위권에 들려면 체격을 더 키워야 한다. 키 1m87㎝, 체중 72㎏인 황선우는 “한국에선 내 체격이 큰 편인데 올림픽에선 작더라”며 웃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5관왕에 오른 케일럽 드레슬(25·미국)이 옆에 섰을 때 황선우는 왜소해 보였다. 드레슬의 키는 1m91㎝, 체중은 88㎏이다.
이정훈 경영대표팀 감독은 “체격이 작은 선우가 괴력을 보인다고 외국 지도자들이 깜짝 놀라더라. 다들 ‘몬스터’라고 불렀다”면서 “그게 선우의 부족한 점이기도 하다. 점차 체중을 5㎏ 정도 늘릴 예정이다. (성장기가 끝나가는) 이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근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우도 “체격을 키우면 나도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훈련 방법도 바뀔 수 있다. 황선우는 서울체고 수영장, 진천선수촌 등 국내에서만 훈련했다. 해외 대회 출전은 2018년 호주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이 유일했다. 제대로 된 국제대회는 도쿄올림픽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레이스 운영 능력이 부족했다. 200m 결승에서는 150m까지 1위였지만, 마지막 50m 구간에서 힘이 떨어지면서 8명 중 7위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오버페이스였다고 해도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고 경기한 건 대단했다.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페이스 조절 능력을 키우려면 국제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많이 겨뤄봐야 한다. 잘하는 선수들이 앞뒤에서 레이스를 끌어줘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선우도 “해외 전지훈련도 가고,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과거 박태환처럼 해외 지도자, 트레이너, 치료사, 훈련 파트너 등이 있는 전담팀을 꾸릴지는 미지수다. 이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황선우의 마음을 잘 읽는 지도자여야 한다. 황선우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말 황선우에게 자유형 400m를 권유했다. 서양 선수들보다 체격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아시아 선수들은 자유형 100m나 200m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게 통념이었다. 그런데 황선우는 “400m는 뛰기 싫다. 체력이 부족해 힘들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감독은 황선우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국 황선우는 단거리를 잘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그는 “아직 단거리가 완벽하지 않다. 그래도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 기록을 경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결국 민간병상 동원령···정부, 한달전 '2000명' 알고도 손놨다
- "상사가 콘돔 끼고 네번 성폭행" 알리바바 뒤집은 여직원 폭로
- 코로나 왜 자꾸 '변이' 만들까, 美연구팀이 찾은 두개의 열쇠
- [단독]'박원순 태양광' 업체들, 보조금 120억 챙기고 폐업했다
- 면허 없는데 '자동차 포상' 어떻게 할지 묻자 김제덕의 답
- 토끼 몸통에 웬 줄무늬가? 농부가 판매한 토끼 정체 '깜짝'
- 나라가 지키는 소나무숲, 하루 80명에게만 허락된 금단의 길
- 하정우도 걸린 프로포폴…피부과선 15만원만 내면 놔줬다
- 尹·崔 캠프, TK 의원 없는데 PK만 북적…野 '당내 권력' 지정학
- 정경심에 毒 된 항변 5가지…모두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