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갈등없다" 직후 돈 이준석 영상 "대통령은 유승민, 尹 되면 지구 뜬다"

현일훈 2021. 8. 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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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검증이나 면접, 토론에 당당하게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정치적 관행 등 여러 고려할 사항이 있으니 캠프와 의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문답에서 한 말로, 당 경선준비위(이하 경준위)가 주관하는 18일 토론회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 중인 윤 전 총장은 그간 당 경선준비위가 주최하는 자원봉사 등의 행사에 불참해왔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최대한 참겠지만 계속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주변에 말했다지만, 당 안팎에서 갈등이 치솟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갈등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잘 소통해왔기에 그렇게 비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해소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정치인들이 이 대표를 공격하는 것과 관련해선 기자들에게 “다들 원로 정치인이고 무슨 일을 할 때 허락을 받고 하는 건 아니다. 가급적 당 지도부와 원만하게 지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 큰 국민의힘 재선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정점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재선 간담회에서도 갈등설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누군가가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질문했는데, 그런 것 없다며 잘 넘어갔다”면서도 “봉사활동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갑자기 잡힌 일정으로, 다른 일정과 겹쳐서 못 갔는데, 봉사를 하려면 그런 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갈등 없다고 했지만, 양측의 공방은 이날도 이어졌다. 경준위가 주관하는 18일 ‘부동산 정책’ 토론회가 화두였는데, 친윤계인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라고 글을 쓰자 곧장 이준석 대표가 받아치면서 ‘페북 공방’이 벌어졌다.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다. 돌고래팀(윤석열 캠프 지칭)은 그게 불편한 것이다.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이 대표. 정 의원은 최근 윤 전 총장을 돌고래로, 다른 후보를 고등어와 멸치에 빗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글을 올렸을 뿐인데, 참 딱하다”(정 의원)

이런 상황에 대해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 임무는 경선 심판 보는 자리가 아니다”고 쓰는 등 다른 정치인들도 말을 더했다. 특히, 김재원 최고위원이 TBS 라디오에 나와 “후보 측도 반발하고 최고위원인 저도 반발하는데 막무가내로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윤석열, 최재형 후보를 토론회 안으로 던져놓고 구경하려는 것”이라고 말하자, 유승민 전 의원 측 오신환 상황실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김재원 개인의 사당이 아니다. 과거 소위 ‘진박 감별사’라고 (불리며) 했던 역할을 지금은 ‘진윤감별사’를 자처하는 구태 정치”라고 맹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날 오후엔 이 대표가 과거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뜰 것”이라고 말한 영상물이 정치권에 돌았다. 지난 3월 6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에 나온 이 대표는 “이러다가 안철수가 서울시장 되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하냐 이러더라고. 지구를 떠야지”라고 말했다. 영상에는 “윤 전 총장이 ‘너(이준석) 와라’ 하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에 이 대표가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니까요. 유승민. 내가 당권을 잡을 거야”라는 장면도 나온다. 이 영상을 본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갈수록 태산”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성지원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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