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뜬다"던 원희룡, 지사직 던지고 배수진 쳤다
“찬바람이 불면 원희룡이 부각될 겁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주 해왔던 말이다. 이 발언엔 지지율이 낮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인식하는 동시에, 추후 다른 대선 주자들과의 승부에서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뒤섞여있다. 원 지사는 이 말을 입증하려는 듯 입추 나흘 뒤인 11일, 7년간 재임했던 제주도지사직을 스스로 내려놨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저를 키워준 어머니, 고향 제주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여러분과 함께해서 행복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자진 사퇴하는 데 대해선 “저의 양심이자 공직자로서의 윤리”라며 “서류 한장의 무게, 일선 현장의 치열함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선 도전과 도정 운영을 병행할 경우 제주도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원 지사 측은 “대선 도전에 대한 결의이자 배수진의 결기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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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의 설움' 떨칠 비책은? "정면돌파"
대선 도전에 올인한 원 지사의 가장 큰 숙제는 뜨지 않는 지지율이다. 지난 9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보수진영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원 지사는 5.7%를 기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30.5%), 홍준표 의원(13.6%), 유승민 전 의원(10.2%)에 이은 네 번째였다. 원 지사 측은 이를 “5%의 설움”이라고 표현했다. (여론조사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원 지사는 ‘5%의 설움’을 떨치기 위해 SNS에 자체 제작 영상을 띄우고 ‘국가찬스’로 명명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보다 더 준비된 후보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지지율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원 지사 측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시계추를 쫓아다니진 않겠다”며 “원칙을 갖고 기다리면 언젠가 원희룡이 발견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원 지사 캠프의 김용태 총괄본부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위한 ‘원팀’”을 강조하는 원 지사는 연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선준비위의 독단이 선을 넘었다. 경준위가 경선 일정과 방식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당 대표 임무는 경선 심판 보는 자리가 아니다.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선거관리위를 구성하는데 전력해 주길 바란다”고 썼다.
원 지사 측은 이 역시 ‘정면돌파’의 일환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캠프 내부에서도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이 우리에겐 손해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지만, 우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며 “이 대표의 발언으로 인해 국민의힘 후보들이 왜소해지면 여당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 여당 후보와 싸울 사람은 이준석 대표가 아니라 후보들이다. 후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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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김대중이 목표"
원 지사 측은 “이번 대선은 결국 ‘반문재인’을 넘어 ‘문재인 이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누가 가졌느냐에 승부가 달렸다”고 말한다.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 비해 행정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원 지사가 결국 야권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는 게 원 지사 측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원 지사는 이날 퇴임식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온전한 나라를 위해 미래 30년 먹거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본부장은 “원 지사의 목표는 각각 산업화와 정보화를 통해 30년 먹거리의 길을 연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며 “앞으로 원 지사는 기후변화 대응과 인공지능 혁신 등을 통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장윤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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