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깜깜하다"..청년문제 말하다 눈물 보인 '별종' 최재형
“(아들이) 고아원에서 같이 지냈던 친구들 보면 앞이 정말 깜깜하다고 한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입양한 아들과 청년 문제를 얘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최 전 원장은 이어 “(아들이) 아빠는 할 수 있잖아, 그 일(청년 문제 해결)을 해달라고 편지를 써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최 전 원장의 눈물을 보는 시간을 갖게 될 줄을 몰랐다”고 말하며 진행을 이어갔다. 허 의원은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만큼 대선 후보가 의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은 정치를 시작한 뒤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매일 아침 아내에게 내려주던 커피도 내려주지 못한 채 정신없이 집을 나선 게 한 달이 넘는다”며 “나이 60 넘어 몸에 맞지도 않은 옷을 입고 입에 익숙지 않은 단어를 말하면서 평생 들어보지 못한 말을 들으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손짓, 표정 등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여의도 정치 문법과 다른 최 전 원장의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정치 초보의 ‘솔직한’ 발언 때문이다. 지지층 사이에선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반대편에선 “준비가 덜 된 아마추어 같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선 출마선언 이후 최 전 원장의 발언 중 가장 주목받는 건 “공부가 부족하다”며 준비 부족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날 강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 전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충분히 검토가 안 돼 있어서 좀 더 연구하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고 답했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로드맵까지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기존 정치인이라면 잘 몰라도 어떻게든 둘러댔을 텐데, 최 전 원장은 판사 출신이다 보니 자신이 확실하게 아는 것이 아니면 답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도 강연에서 “스스로 확신을 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 성격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능숙한 것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의 전부였다면 나 같은 사람이 이 자리에 나올 이유도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의 답변이 준비 부족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강연에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너무 신중하게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사실 좀 약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당으로부터도 “대통령은 공부해 가면서 하는 자리가 아니다”(박용진 의원) 등의 비판을 받았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최 전 원장은 ‘인간으로서 최재형’으로서 지지율을 얻었지만, 이제부터는 ‘정치인으로서 최재형’으로 정책적 비전 등을 통해 자신을 입증해야 할 때”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솔직하게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과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말실수를 하는 것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게 정치적 실(失)이 클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캠프 구성에서도 여의도 문법과 차별화된다. 최 전 원장은 캠프의 전체 업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 총괄본부장에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을 영입했다. 후원회장은 오래된 친구 강명훈 변호사가 맡았다. 둘 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캠프 관계자는 “기성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캠프에 참여한 현직 의원들은 “정치도 전문 영역인데, 정치 경험이 없는 분이 캠프를 총괄한다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전 원장의 “국민의 삶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는 발언이 강연 이후 논란이 됐다. 당내 경쟁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부가 져야 할 아무 책임도 없다면 최 후보님은 도대체 무엇을 책임지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나오셨나”라고 비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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