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깜깜하다"..청년문제 말하다 눈물 보인 '별종' 최재형

윤성민 2021. 8. 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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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고아원에서 같이 지냈던 친구들 보면 앞이 정말 깜깜하다고 한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입양한 아들과 청년 문제를 얘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최 전 원장은 이어 “(아들이) 아빠는 할 수 있잖아, 그 일(청년 문제 해결)을 해달라고 편지를 써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최 전 원장의 눈물을 보는 시간을 갖게 될 줄을 몰랐다”고 말하며 진행을 이어갔다. 허 의원은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만큼 대선 후보가 의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0호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 강사로 참석, 최재형의 선택과 대통령의 역할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 전 원장은 정치를 시작한 뒤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매일 아침 아내에게 내려주던 커피도 내려주지 못한 채 정신없이 집을 나선 게 한 달이 넘는다”며 “나이 60 넘어 몸에 맞지도 않은 옷을 입고 입에 익숙지 않은 단어를 말하면서 평생 들어보지 못한 말을 들으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손짓, 표정 등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서 강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의도 정치 문법과 다른 최 전 원장의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정치 초보의 ‘솔직한’ 발언 때문이다. 지지층 사이에선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반대편에선 “준비가 덜 된 아마추어 같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대선 출마선언 이후 최 전 원장의 발언 중 가장 주목받는 건 “공부가 부족하다”며 준비 부족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날 강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 전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충분히 검토가 안 돼 있어서 좀 더 연구하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고 답했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로드맵까지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기존 정치인이라면 잘 몰라도 어떻게든 둘러댔을 텐데, 최 전 원장은 판사 출신이다 보니 자신이 확실하게 아는 것이 아니면 답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원장도 강연에서 “스스로 확신을 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 성격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능숙한 것이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의 전부였다면 나 같은 사람이 이 자리에 나올 이유도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의 답변이 준비 부족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강연에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너무 신중하게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사실 좀 약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당으로부터도 “대통령은 공부해 가면서 하는 자리가 아니다”(박용진 의원) 등의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최 전 원장은 ‘인간으로서 최재형’으로서 지지율을 얻었지만, 이제부터는 ‘정치인으로서 최재형’으로 정책적 비전 등을 통해 자신을 입증해야 할 때”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솔직하게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과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말실수를 하는 것을 비교했을 때 어떤 게 정치적 실(失)이 클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캠프 구성에서도 여의도 문법과 차별화된다. 최 전 원장은 캠프의 전체 업무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 총괄본부장에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명예회장을 영입했다. 후원회장은 오래된 친구 강명훈 변호사가 맡았다. 둘 다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캠프 관계자는 “기성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캠프에 참여한 현직 의원들은 “정치도 전문 영역인데, 정치 경험이 없는 분이 캠프를 총괄한다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전 원장의 “국민의 삶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는 발언이 강연 이후 논란이 됐다. 당내 경쟁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부가 져야 할 아무 책임도 없다면 최 후보님은 도대체 무엇을 책임지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나오셨나”라고 비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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