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배 면적에 태양광패널 깔아도 안 돼..무모한 정부"
"정부안대로라면 전기료 2~3배 인상 초래
반도체·자동차·철강 산업에 심각한 타격"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정부의 목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정책이 오히려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국가 경제와 주요 산업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11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에교협이 문제 삼은 건 지난 5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해 약 30년 후 한국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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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정책에 들고 일어난 전문가들
하지만 에너지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평가는 냉혹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전면 분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무모한 계획”이라며 “숙고한 흔적이 전혀 없는 졸속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이른바 ‘탈원전 교조주의’를 꼽았다. 탈원전 교조주의는 과학적인 분석이나 연구 없이 ‘탈원전을 해야 한다’는 신조에 입각해 도그마를 고집하는 입장이다.
에교협은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유효한 수단은 원자력”이라며 “원자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신재생 에너지만 무모하게 확대하는 ‘탈원전 교조주의’에 빠져, 오히려 탄소중립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이렇게 평가한 이유는 정부안이 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에 필요한 부지 확보·설비 이용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또 원자력 대신 재생 에너지를 발전할 때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비용이 증가하는데, 이에 대한 분석도 일정 부분 간과했다고 본다.
정부는 서울 면적 5배 규모의 태양광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번 시나리오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량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에너지 저장 비용을 추가하면 전기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의 추정이다.
에교협은 정부안을 추진할 경우 전기료가 2~3배 오른다고 예상하면서 “이 같은 전기료 인상은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 등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끈 주력 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주고 한국 산업·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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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문제는 탈원전 교조주의”
정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또 석탄 발전을 유지하는 경우(1안)와 석탄 발전을 중단하는 경우(2안),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중단하는 경우(3안)로 구분해 제시했다. 시나리오별 2050년 한국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2540만t(1안) ▶1870만t(2안) ▶0t(3안) 등이다.
이 중 2안이 가정한 신재생 에너지 공급량(129GWy)은 2018년 총전력 생산량(65GWy)의 2배 수준이다. 여기서 일부(56.7GWy) 전력을 태양광 에너지로 공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400GW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서울시 전체 부지의 4.7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전부 태양광 패널로 깔아야 한다는 것이 에교협의 분석이다.
또 “육상풍력 이용률(26%)·해상풍력 이용률(40%) 등 곳곳에 황당할 정도로 낙관적인 전망을 적용했고, 태양열·지열·바이오매스 등 아직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까지 적용해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며 “황당한 계획”이라고 에교협은 평가했다.
제철·수송·발전 분야에 수소를 대거 투입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지적했다. 에교협은 “시나리오 2안은 무려 2770t의 규모의 수소가 필요하다”며 “이 중 81.5%를 해외에서 수입하겠다는 계획은 에너지안보·무역수지 측면에서 불합리하고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수소 수입에만 연간 440억 달러(약 50조8200억원)를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안의 또 다른 문제는 산출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교협은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무책임한 재생 에너지 확대 계획은 막대한 비용 초래하는 졸속적인 정권 말 대못 막기 정책을 낳을 것”이라며 “탄소중립위원회는 시나리오 산출 근거를 전면 공개해 중립적인 전문가들의 검토를 받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나리오를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에교협은 석탄·석유·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에 대한 합리적인 정책 수립을 추구하는 학계 모임이다. 61개 대학 소속 225명의 전·현직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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