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이어 수소 수입국 될' 한국..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완료

김봉수 2021. 8.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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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생산용 가압형 암모니아 분해 반응기 핵심기술 개발"
기존보다 촉매 사용량 10분의1로 줄여 비용 싸고 안정성 검증도 마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구 온난화 극복을 위해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청정 연료는 수소가 대세다. 전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 없이 싼 값에 수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은 석유에 이어 수소도 수입해야 한다. 일조량이 적어 충분한 청정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연구진 암모니아를 원료로 기존보다 훨씬 값 싸고 안정적인 수소 생산이 가능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정운호 수소연구단 박사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암모니아를 원료로 하는 수소생산용 가압형 암모니아 분해 반응기 핵심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석유가 부족해 수입해 쓰고 있는 한국은 불행히도 뒤를 잇는 차세대 청정 연료 수소도 해외 수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단 현재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추출한 메탄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는 데 이는 다량의 탄소를 배출해 지구 온난화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도 현재까지는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한계도 명확하다.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높은 비용ㆍ생산 불안정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화력ㆍ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조달할 수 밖에 없어 진정한 의미의 '청정 에너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석유를 수입하듯 해외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청정 수소'를 수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캐리어(carrier)'로는 암모니아가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선박, 발전용 탄소 중립 연료로 대량 사용되고 있는 데다, 액화 수소(극저온)나 액상유기화합물 형태로 들여오는 것 보다 비용ㆍ효율 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 밀도가 액화수소보다 1.7배 높아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다. 또한 상온상압의 조건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되는 이점이 있고, 이미 국제적으로 운송 및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같은 사막 국가들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의 수십배에 달하는 일조량을 바탕으로 생산된 싼 값의 전기로 청정 수소를 대량 제조에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연구팀은 암모니아를 분해해 청정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고안해 냈다. 암모니아를 분해해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우선 암모니아를 고온에서 질소, 수소로 분해 상온에서 미반응 잔류암모니아를 제거한다. 이후 상온 PSA(압력변동흡착) 공정에서 수소를 분리해 99.97%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만든다. 연구팀은 수소생산의 핵심인 암모니아를 질소, 수소로 분해하는 반응기와 촉매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암모니아 분해 반응기는 버너를 중심으로 도넛모양의 금속구조체 촉매가 채워진 8개의 반응기 튜브에 열이 가해지고, 암모니아는 촉매를 거쳐 수소와 질소로 분해된다. 이때 각 반응기에 동일한 양의 암모니아를 공급하고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자체 설계한 암모니아 분배기를 이용해 각 반응기에 암모니아를 균일하게 공급하고, 버너와 반응기의 간격과 위치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실험을 통해 암모니아가 분해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도출했다. 이와 함께 반응을 통해 분해된 고온의 분해가스는 열교환시켜 원료인 암모니아를 예열하는데 다시 이용해 분해 효율을 향상시켰다.

특히 침전법을 기반으로 액상에 담긴 금속구조체 표면에 나노촉매를 직접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모니아 분해 성능은 유지하면서 고가의 귀금속 사용량을 상용 촉매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절감한 금속구조체 촉매 기술을 국산화했다. 암모니아 분해반응과 같이 열공급이 필요한 반응은 열전달 특성이 우수한 금속구조체 촉매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코팅된 촉매가 떨어져 나가는 박리현상이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코팅기술을 적용해 금속구조체 표면에 촉매를 균일하고 얇게 코팅함으로써 박리현상을 억제함과 동시에 촉매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2018년부터 3년간의 연구로 개발한 암모니아 분해용 촉매반응기는 촉매, 반응기, 열교환기, 운전조건 등의 최적화를 통해 90% 이상의 암모니아 분해효율을 달성했다. 100시간 운전을 통해 각각의 구성요소들의 안정성 검증도 완료했다. 연구팀은 또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3단계의 공정을 거친 고순도 수소를 현대자동차(공동연구기관)의 수소전기차 넥소 스택에 공급해 50시간 동안 20kW의 전력이 안정적으로 생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암모니아 기반 청정수소 산업의 활성화 및 향후 대량의 암모니아 수입을 고려해 1000Nm3/h(약 90kg/h)급 대용량 반응기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정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고효율 암모니아 분해 촉매반응기 기술을 통해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이는 향후 해외에서 암모니아 형태로 청정수소 수입 시 개발한 기술로 경제적인 수소를 공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특히 암모니아 수소캐리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호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대용량 실증만 완료된다면 국내기술의 해외진출도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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