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국민의 삶을 왜 정부가 책임지나, 국민이 책임져야지"

곽우신 2021. 8. 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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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 출마선언 일주일 지났는데.. 대부분 질문에 계속 "검토중"

[곽우신 기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서 강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검토가 안 돼 있어서, 좀 더 공부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전 감사원장)가 아직도 '준비가 안 됐다'라는 답으로 일관했다. 최재형 예비후보는 11일 오전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의 강연자로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이날은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모두발언에서 그는 "정치에 발을 들이고 나서 보니 갑자기 쏟아지는 질문에 즉답을 해야 되기도 하고, 돌발적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라며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실수하게 되고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다"라고 전제했다. 

또한 "요즘 저는 하루하루 지나는 게 정말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지낸다"라며 "심지어 어제(10일)는 국회 정문 앞에서 언론중재법 철폐를 요구하는 KBS 노조위원장(1노조)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평생 법관으로서 부끄럽게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하고 형법상 형벌을 잘 구분하지도 못하고 또 이상한 말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 놈이 판사 맞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는 토로였다.

"구체적 공약 다듬고 있다"... "더 연구하겠다"... "나중에 말하겠다"
 
 제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0호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 강사로 참석, 초선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어진 의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최재형 예비후보는 "뒤늦게 정치에 입문하게 되면서 준비기간이 매우 짧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른 후보와 비교했을 때 내세울 수 있는 자신만의 장점이 뭔지 묻는 말에 그는 "앞으로 이 나라를 어 나라로 이끌 건가? 사실 보수야당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여러 후보들이 낸 공약을 보면 미세한 부분에 차이 있지만, 대체로 큰 차이 없는 공약을 갖고 나온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진 못했지만, 우리 전문가 여러분과 구체적인 공약을 다듬고 있고 금주부터 하나씩 저의 공약을 소개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연금 개혁과 관련한 질문에도 "구체적 로드맵을 갖고 할 수 있다면 벌써 많이 개혁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제가 여기서 구체적 로드맵까지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노동 개혁에 대해서는 "쉽지 않다. 쉽지 않지만, 감히 말하는 건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이 목표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만족스러운 답변은 아니겠지만, 이뤄내겠다는 의지만큼은 제가 확실하게 말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과학 기술 교육에 대한 질의가 나왔을 때는 "모든 국민이 번영을 함께 누릴 제도를 만들어나가는데 제가 더 연구해서 노력하겠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간단명료한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는 "좀 늦었지만 속도를 내서 국민께서 정말 원하는,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앞으로 더 많이 만들겠다"라고 답했다.

판사 및 감사원장 재직 시절 동안 공동체의 선을 위해 '선비 정신'을 실천한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나, 최 예비후보는 "갑자기 말하라고 하니... 제가... 글쎄, 어떤 게 있을까?"라며 답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나중에 말하겠다"라고 했고, 진행자인 허은아 의원도 "강연 중에 생각나면 말씀해주시라"라고 했으나 이날 강연이 끝날 때까지 관련 언급은 없었다.

절정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어떤 방향으로 개선하면 좋을지 묻는 말이 나왔을 때였다. 최 예비후보가 "현재 방역대책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이 자리에서 말하기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검토가 안 돼 있어서 좀 더 공부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라며 비슷한 답변을 반복했다. 그러자 장내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그는 "지금 저희 캠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과 상의 중에 있다는 말씀 정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의원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수습에 나섰고, 허은아 의원은 "완벽한 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는 대선 예비후보"라고 에둘러 포장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여러 의원들이 "감사원장·법관 출신이라 말씀을 아끼는 것 같다" "너무 신중하게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사실 좀 약해보인다" 등의 조언을 내놨다.

최 예비후보는 "제가 아까 말을 많이 아낀다고 말했는데, 스스로 확신을 갖지 않고 실천 가능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게 제 성격상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국민 삶을 왜 정부가 책임지나"... 얼마 뒤 청년세대 아픔 이야기엔 눈물
 
 제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0호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 강사로 참석, 최재형의 선택과 대통령의 역할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최재형 예비후보는 강연 도중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강연 말미에 "사실 청년들도 답을 다 안다. '힘들지' 하고 공감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자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아이들이 많이 어려워했다. 사실 입양돼서 자라면서 굉장히 어려워했던 경험들이 있었는데, 잘 견뎌 내줬다"라는 것.

그는 "얼마 전에 (자식이) 저한테 이런 편지를 썼다. '자기 주변에 있는 친구들, 고아원에서 같이 지냈던 친구들을 바라보면 앞이 깜깜하다. 아빠는 할 수 있잖아'라고..."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눈시울을 붉힌 채 "제가 앞으로 이런 청년들의 아픔, 저희 아이들과 같은 세대들의 아픔, 저희 아이들로부터 제가 들었던, 같이 느꼈던 것들을 공감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작 최 예비후보는 강연 중후반 긴축재정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때는 "현재 이 정부의 목표 중에 제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국민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라며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 삶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는 비판이었다. 복지와 관련한 질문이 뒤따르자 "뒤쳐지는 국민들에 대한 책임, 이건 국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소홀히 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그는 자신의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성격검사 결과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ESFP)'으로 나왔다"라며 "제 안에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 소질이 발휘되지 않고 있는데, 기대해달라. 조금씩 나올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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