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박범계 책임론.. "자기부정" "경질해야"
[김성욱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심사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법무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박범계 장관 책임론은 더 거세지고 있다. 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11일 박 장관을 향해 "법무부장관이 경제상황, 글로벌 경제환경을 고려했다고 했는데 이건 앞뒤가 안 맞는다, 자기 부정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 장관의 경질을 공식 촉구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년 6개월이라는 아주 극히 낮은 형량인데 이재용 부회장을 가석방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라며 "박 장관이 국가적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것은 전혀 가당치가 않다"라고 직격했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는 반부패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부서"라며 "삼성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정경유착을 한 데 대해 사법적 판단과 집행을 해 점수를 따놓고 스스로 자기가 한 일을 부정해버린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촛불을 들었던 분들이 분노하는 건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같은 경우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의혹 하나로 징역 4년을 선고한 사법부가 86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사람(이재용 부회장)에게 고작 2년 6개월을 선고한 것"이라며 "사실상 가석방을 법원에서 미리 염두에 두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도 했다.
▲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불허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정의당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박 장관 경질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정의당은 "박 장관을 경질하지 않는다면 이재용 석방은 문 대통령의 의지였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1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가석방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물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문 대통령의 입장 없음을 규탄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이재용 석방에 문 대통령 의중이 없었다고 말씀하시려면 먼저 박범계 장관부터 경질하시라"면서 "지금으로서는 문 대통령이 책임 회피를 위해 이재용 사면 대신 가석방으로 추진한 것이라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이재용 가석방 시기에 맞춰 가석방 형기 기준을 완화하고, 가석방 예비심사 과정에서 사전의견조회 절차를 누락하고, 결국 형기 70%를 채우지 않은 사람 중 1% 미만에 해당하는 재벌특혜 가석방을 결정한 박범계 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라며 "국정농단 재벌에 면죄부를 준 자가 다름 아닌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는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9일 박범계 장관은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구속됐던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9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촛불 정신을 잊고 임기 말 경제사범을 풀어준 문재인 정부를 다시 한번 엄중히 규탄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박범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이재용 가석방] 유독 그에게 연이어 적용된 기준, '경제' http://omn.kr/1urzy).
다음은 이날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의 기자회견문 전문.
[전문] 강민진 "촛불 배반한 문 대통령, 박범계부터 경질하라"
국정농단 재벌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허가되었습니다. 촛불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부에서 상상하지 못할 촛불의 배반이 일어났습니다.
이재용 가석방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물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없음'을 규탄합니다. 대통령의 침묵은 책임 회피입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떳떳하게 입장을 밝히십시오. 왜 촛불을 배반했는지 그 이유를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이유를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재용 가석방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손에 의해 허가되었습니다.
이토록 막대한 사안에 대통령이 입장도 내놓지 않고 박범계 장관도 경질하지 않는다면, 이재용 석방은 문 대통령의 의지였음을 시인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이재용 가석방 시기에 맞춰 가석방 형기 기준을 완화하고, 가석방 예비심사 과정에서 사전의견조회 절차를 누락하고, 결국 형기 70%를 채우지 않은 사람 중 1%미만에 해당하는 재벌특혜 가석방을 결정한 박범계 장관의 책임을 물어 마땅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박범계 장관의 경질을 마땅히 촉구합니다. 이재용 석방에 대통령의 의중이 없었다고 말씀하시려면, 먼저 박범계 장관부터 경질하십시오. 지금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 회피를 위해 이재용 사면 대신 가석방으로 추진한 것이라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용 가석방 발표 이후, 촛불 이후에도 유전무죄 세상은 여전하다며 많은 시민들이 절망하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재벌에 면죄부를 준 자가 다름 아닌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는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 및 송영길 대표에게도 말씀드립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6월, 이재용 사면과 관련해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부회장이 나와야 투자도 되는 것"이라 발언한 바 있습니다. 이재용 가석방론을 확산한 핵심 책임자가 바로 민주당 송영길 대표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7월 송영길 대표와 나란히 삼성을 방문해, 이재용 석방에 관해 "재벌이라 특혜 줄 필요 없지만 불이익 줄 필요도 없다"며,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SK 최태원 회장 가석방에 대해 했던 발언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재용 석방론을 부추긴 바 있습니다.
사실상 이재용 석방 프로젝트에 발을 맞춰온 여당의 주요인사들이, 이제 와서 이재용 석방의 책임을 가석방심사위원회로 떠넘기며 남의 일 이야기 하듯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는 상황이 기가 막힙니다.
이재용 석방은 정부여당과 재계의 합작품입니다. 국민 여론에 책임 돌릴 수 없고, 언론 탓만 하는 것도 비겁합니다. 그 책임을 인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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