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앞세운 '랄라랜드', 채널A 음악예능 간판 될 수 있을까
[김상화 기자]
▲ 지난 10일 첫 방영된 채널A '레전드 음악교실 랄라랜드' |
ⓒ 채널A |
각 방송사 마다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소재는 바로 '음악'이다. KBS <불후의 명곡 2 : 전설을 노래하다>, MBC <복면가왕>은 주말 저녁을 오랜 기간 지켜온 간판 예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TV조선 <미스터 트롯>, JTBC <싱어게인>, 엠넷 <프로듀스101>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및 신예스타 발굴의 무대로 널리 애용되어 왔다.
그렇다보니 지상파, 종편, 케이블 할 것 없이 형식은 제각각이지만 음악 소재 예능이 빠짐없이 편성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첫 선을 보인 채널A <레전드 음악교실 랄라랜드> (아래 랄라랜드) 또한 이러한 추세에 뒤늦게 발을 내딛으며 시청자들의 선택을 학수고대하는 중이다.
▲ 지난 10일 첫 방영된 채널A '레전드 음악교실 랄라랜드' |
ⓒ 채널A |
<랄라랜드>는 기존 음악 예능과는 살짝 결을 달리한다. 일반적인 프로그램들은 인기 가수 혹은 연예인들의 화려한 무대가 중심이 되는데 반해 여기선 직접 노래를 배워본다는 차이를 내보인다. 음악 MC 경력자인 신동엽과 김정은, 가수로 음반을 낸 황광희와 조세호, 그리고 배우 이유리와 고은아 등 고정 멤버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 놓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노래를 썩 잘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듀엣 조남지대로 활동중인 조세호는 이들 중 양호한 실력을 지니긴 했지만 탁월한 가창력을 지닌 인물로 거론되진 않는다. 최소한 음악에 관해선 진심이지만 부족한 솜씨를 채우기 위해 명곡 가수들의 가르침을 받아 성장을 꾀하는 것이 <랄라랜드>가 그리는 기본 밑그림이다. 그런 취지에 걸맞게 설명이 필요없는 가요계 전설 이승철이 첫 회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데뷔 35년 경력을 자랑하는 관록의 보컬리스트이자 넘쳐나는 명곡의 주인공 답게 많은 이들이 그의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자신들의 꿈을 키워왔다. 반면 일반인들이 소화하기엔 결코 만만찮은 벽을 지녔기에 부족함 많은 <랄라랜드> 출연진들은 첫 걸음마부터 혹독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 지난 10일 첫 방영된 채널A '레전드 음악교실 랄라랜드' |
ⓒ 채널A |
엠넷 <슈퍼스타K>부터 최근 KBS <새가수>에 이르는 각종 경연 프로그램 심사위원을 거친 이승철은 이곳에서 만큼은 기존 독설로 잘 알려진 그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세밀하게 후배 연예인들의 노래 교정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학생(?)들의 수준을 감안한 수업과 적절한 강약 조절로 첫 시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마이크 사용법부터 박자 타는 노하우, 그밖에 본인만 지닌 가창력 비법을 아낌없이 전수해준다.
여기에 발맞춰 제작진은 일명 '족보 플레이어'라고 이름 붙여진 그래프식 간편 악보를 도입했다. 음악 작곡 소프트웨어에서 쓰이는 도구를 살짝 변형해 음의 높이와 길이, 적절한 호흡 지점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끔 도와주며 초보 수강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70점을 넘으면 부상으로 황금 마이크를 수여하는 당근도 마련했다.
술자리 외엔 결코 들을 수 없다는 신동엽의 노래를 비롯해서 얼굴에 철판 깔고 레전드 가수에게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황광희와 조세호의 티키타카식 호흡은 예능 프로 답게 <랄라랜드> 속 웃음 만들기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준다. 드라마 속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이유리의 엉뚱함과 김정은의 허술함 또한 전문 예능인들과 좋은 합을 이루면서 1시간 30분가량의 프로그램을 유쾌하게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제공한다.
▲ 지난 10일 첫 방영된 채널A '레전드 음악교실 랄라랜드' |
ⓒ 채널A |
눈썰미 있는 시청자라면 재빨리 간파했겠지만 사실 <랄라랜드>의 등장 자체는 새롭다고만 보기 어렵다. 과거 2007년부터 2년가량 인기리에 방영된 KBS <불후의 명곡> 시즌 1과 닮은 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유명 가수들을 만나 그들의 인기곡에 얽힌 사연을 들어보고 직접 노래를 배우면서 우등생을 선정하는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설프게 구성했을 경우, 예전 예능의 단순한 답습이 될 수 있기에 <랄라랜드>로선 가급적 노래 수업에 큰 비중을 부여하며 자신만의 색깔 마련에 큰 힘을 기울인다. 6명의 고정 출연진 또한 특별히 모난 부분 없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주면서 쏠쏠한 재미를 마련해준다. 입담 좋은 첫 번째 선생님 이승철까지 힘을 보태주면서 <랄라랜드>는 TV노래교실로선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한 내용을 안방까지 전달한다.
그동안 채널A는 <도시어부> <하트시그널> <강철부대> 등을 앞세워 JTBC, TV조선 등 경쟁 채널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들 프로그램 외엔 딱히 기억나는 예능을 마련하진 못했다. 특히 음악 예능에 관해선 황무지나 다름 없을 만큼 변변한 실적을 거두지 못한게 사실이다. 이를 감안할 때 <랄라랜드>는 채널A 입장에선 큰 모험이자 도전장이기도 하다. 후발주자의 한계를 뛰어 넘으면서 시청자들을 사로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무난함 속에 끝마친 첫 회의 기운을 바탕 삼는다면 제법 좋은 결과를 기대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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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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