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새시즌 반격의 열쇠는 뉴 전력

김종수 2021. 8. 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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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호불호 갈리는 라인업, 화력의 다양성 필요

[김종수 기자]

돌아오는 프로농구 새 시즌에도 전주 KCC 이지스의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젊은 에이스 송교창(25·201cm)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정현(34·191㎝), 정창영(33·193㎝), 김지완(31·187㎝) 등 주축선수 상당수가 30대인지라 그나마 베테랑 라인이 경쟁력을 지키고 있을 때 승부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샐러리캡 25억 원을 넘겨, 초과금 2억 1000만 원의 30%인 6300만 원을 유소년 농구 발전 기금으로 납부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현 멤버 구성을 봤을 때 어설픈 리빌딩 시도는 의미가 없다. 2015~16시즌, 2020~21시즌 연달아 준우승에 그쳤던지라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명가 자존심 회복이 간절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통합우승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탈 KBL급 용병 자레드 설린저(28·206cm)를 앞세운 안양 KGC인삼공사에게 4전 전패로 허망하게 우승컵을 내줬다.

물론 풀 시즌을 뛰지 않고도 '설린저 시리즈'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들며 단숨에 KBL 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등극해버린 설린저의 존재감은 역대 어떤 팀이 오더라도 당해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팀간 포지션 밸런스에서도 KGC가 훨씬 앞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저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단 한 번의 반격도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버린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악재도 많았다. 풀전력으로 부딪혔어도 어려웠을 마당에 정규시즌 우승의 주역 타일러 데이비스(24·208㎝)가 이탈했고 토종 주포 송교창까지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런 경우 다른 쪽에서 이른바 미친 선수가 한둘 나와줘야 하는데 정창영 정도를 빼고는 제대로 활약해준 토종선수가 없었다. 귀화선수 라건아(32·199㎝)의 고군분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정창영은 전주 KCC 가드진에서 유일하게 공격, 수비가 모두 되는 선수다.
ⓒ 전주 KCC
 
올 시즌도 가드농구? 가장 큰 문제는 수비

KCC는 오리온, KGC와 치른 2번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높이 부재를 실감하며 완패를 당했다. 장신 포워드군단을 앞세운 오리온에게는 사실상 전 포지션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KGC에게는 포워드진은 물론 강점으로 꼽히던 가드 싸움에서 조차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며 고배를 마셨다. 포지션별 밸런스에서 철저히 밀렸다는 분석이다.

안타깝게도 KCC는 돌아오는 시즌에도 가드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송교창을 제외하고는 이름값 있는 선수들 전원이 가드 포지션에 몰려있다. 앞서 언급한 이정현, 정창영, 김지완 외에도 유현준(24·178㎝), 유병훈(31·188㎝), 이진욱(25·180㎝) 등 핵심 멤버 대부분이 가드다. 설상가상으로 비시즌에 박재현(30·183㎝)까지 데려오며 그렇지 않아도 과포화인 가드진에 불안한 무게를 더했다.

문제는 수적으로 많은 가드진조차 밸런스가 좋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과거 허재 감독이 이끌던 KCC 역시 가드가 많았지만 강병현, 임재현, 신명호 등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 함께하며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포워드진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었다. 한창때 그들이 펼치던 앞선 압박, 질식수비는 상대팀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것조차 버겁게 느낄 만큼 위력적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현재의 KCC는 정창영 정도를 제외하고는 수비가 좋다라고 할 만한 선수가 없다. 외려 유현준, 이정현 등은 수비 약점을 꾸준히 지적 당하고 있으며 상대팀 가드들에게조차 주 공격대상으로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규시즌에서는 특유의 로테이션과 스페이싱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구멍을 메웠으나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약점이 제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전주 KCC에는 지난 시즌 데이비스같은 묵직한 외인 센터가 필요하다.
ⓒ 전주 KCC
 
외곽과 골밑의 안정화, 뉴스타가 필요하다

지난 시즌 KCC가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 배경에는 라건아와 데이비스가 제 몫을 해준 영향이 크다. 주로 3번으로 뛰었던 송교창이 불가피하게 4번에서 뛰었을 만큼 높이가 불안한 상황에서 번갈아가며 골밑을 잘 지켜준 두 선수의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예전 외인 2명 동시 출전 시대같았으면 더욱 위력이 극대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확실한 검증이 끝난 라건아는 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빅맨으로서 큰편은 아니지만 탄력과 스피드를 겸비해 골밑과 미들라인을 오가며 역할을 해낸다. 정확한 미들슛에, 받아먹는 득점에도 능하다. 무엇보다 체력이 워낙 좋은지라 경기 내내 끊임없이 뛰어다녀도 좀처럼 지치질 않는다. 외려 매치업 상대가 힘들어하는 후반에 더욱 힘을 내는 경우가 많다.

데이비스는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지만 신장과 파워를 갖춘 전형적인 클래식 빅맨이다. 최근 농구 트랜드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KCC와는 잘 맞는 조각이었다. 묵직하게 동료들에게 스크린을 걸어주고 골밑에서 몸싸움을 해줄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기에 특화된 데이비스는 팀과 궁합이 잘 맞았다.

그러던 중 변수가 생겼다. 팀의 기둥이나 다름없었던 데이비스가 시즌 중반 부상 및 개인 사정을 이유로 팀을 떠나버린 것. 라건아가 더욱 기운을 내며 정규리그 우승까지는 달성했으나 플레이오프 들어 고전을 거듭했고 결국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만큼 현재 KCC에 높이 보강은 절대적인 과제다.

돌아오는 시즌에도 KCC의 시즌성적을 좌우할 가장 큰 요소는 라건아와 함께할 외국인 선수가 될 전망이다. 역사가 쌓이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유형의 외인이 KBL에서 활약했지만 현재 KCC 상황을 봤을 때는 데이비스같은 유형이 가장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양적으로 가드가 많은 팀이니만큼 듬직하게 골밑을 지켜줄 정통 빅맨의 존재는 영향력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골밑만큼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외곽 득점원의 존재도 시즌 성적의 변수다. 높이가 부족한 팀에서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단연 외곽슛이다. 안타깝게도 KCC에는 KGC 전성현(30·189㎝), 대구 가스공사(전 인천 전자랜드) 전현우(25·194㎝), 김낙현(26·184㎝) 등처럼 외곽슛 한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바꿀 만한 전문 슈터가 없다. 말 그대로 '슛 능력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있을 뿐이다.

얼마 전 울산현대모비스로 떠나보낸 김지후(29·187㎝)는 만년 유망주에 그치며 역할을 해주지 못했고 큰 기대를 가지고 뽑은 루키 '몽골 독수리' 이근휘(히시게 벌드수흐·23·187cm)도 아직 갈길이 멀다. 그런 가운데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이 팀에 합류한 전 국가대표 전준범(30·194㎝)에 거는 기대가 크다.

거듭된 부상으로 인해 부진을 겪고 있지만 한때 전준범은 KBL에서 가장 주목받는 슈터 중 한 명이었다. 2016~2017시즌 평균 10.4득점, 경기당 3점슛 2.5개, 3점슛 성공률 41.6%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으며 2017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 슈터로 활약했다.

현재로서 KCC 전력의 가장 큰 변수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데이비스만큼의 골밑 영향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까와 전준범의 부활 여부가 그것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존심을 구긴 KCC의 비시즌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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