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연기 휩싸인 한국 야구..브룩스 떠나도 남는 3대 의문

2021. 8. 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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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가 불명예스러운 뒷모습을 남기고 한국 야구를 떠났다. [IS포토]


프로야구에 대마초까지 등장했다. 야구팬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KIA는 지난 9일 KBO에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31)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브룩스가 미국에서 주문한 전자담배에서 세관 검사 과정 중 대마초 성분이 검출됐다. 구단은 8일 밤 관련 사실을 선수에게 직접 전해 들었고, 바로 KBO에 유선으로 보고했다. 9일 서면 경위서까지 제출한 뒤 내부 대책 회의에 돌입, 브룩스의 퇴출을 결정했다.

2016년 롯데 외국인 타자였던 짐 아두치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퇴출당한 전력이 있다. 이번 사태는 차원이 다르다. 현역 야구 선수가 마약류 관련 문제로 퇴출당한 건 사상 초유다. 현재 관계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리그 구성원의 방역수칙 위반, 음주 운전, 도쿄올림픽 참사 등 악재가 쏟아지며 난국에 빠진 프로 야구에 터진 또 하나의 악재다. 워낙 민감한 문제다 보니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브룩스의 주장

이번 사태 핵심 화두는 브룩스가 한국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전력이 있는지다. 이것만으로 범법 행위이며, 만일 브룩스가 한국에서 대마초를 흡연했다면 주변에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KIA 선수단, 지역 외국인 커뮤니티도 의심받을 수 있다.

브룩스는 결백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구단 관계자는 "브룩스가 '올해 한국에서는 전자담배조차 피우지 않았다'라고 하더라. 최초 면담 뒤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상황에서도 숨기면 구단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자 브룩스는 눈물까지 흘리며 대마초 흡연 의혹을 부인했다"라고 설명했다. KIA 구단은 다른 루트를 통해 브룩스의 흡연 여부를 2차적으로 확인했다. 아직 선수의 주장을 거짓으로 볼 만한 정황은 입수하지 못했다.

브룩스는 한국에서 대마초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놓고 주문하는 모험을 감행했을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주장이다. 광주기아챔피언스 필드 내 라커룸은 금연 구역이며, 팬과 접촉할 수 있는 구장 주변에서 흡연하는 선수도 드물다. 개인 공간에서 흡연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구단 은폐 의혹?

KIA 구단은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브룩스의 주장을 믿으려 한다. 하지만 조처는 별개 문제로 봤다. 대마초 성분이 있는 전자담배를 주문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소속 선수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상황을 심각하게 여겼고, 단호하게 퇴출을 결정했다.

구단이 브룩스의 이상 징후를 진작에 포착하고도 묵과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혹을 갖는 시선이 있다. 대마초를 흡연할 때 나는 냄새는 일반 연초나 전자담배와 전혀 달라서 쉽게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구단은 이러한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조계현 KIA 단장은 "브룩스가 이전에도 전자담배를 외국에서 구매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했는가"라는 물음에 "나는 선수가 야구장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조차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놀랐다"라고 했다. 선수단 일부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선수단을 근거리에서 지원하는 이석범 운영팀장은 "미국에서는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대마초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작년과 올해 모두 브룩스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먹고 (몰래) 흡연했다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선수가 하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구단이 은폐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말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의구심을 남긴 브룩스의 전자담배 구매. [IS포토]


'금연 중' 브룩스, 갑자기 왜

선수의 주장, 구단의 입장을 두루 확인해도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수개월 동안 전자담배조차 피우지 않았다던 브룩스는 왜 갑자기 해외(미국)에서 담배를 주문했을까.

브룩스가 세관에서 적발된 전자담배를 최초 구매한 시점은 4개월 전이라고 한다. 구단은 이 사실로 "올해 한국에서 흡연한 적이 없다"는 브룩스의 주장이 뒷받침된다고 본다. 스프링캠프를 위해 지난 1월 말 입국한 브룩스가 한동안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기 위해 전자담배를 구매했다는 얘기다.

브룩스가 한국에서도 종종 전자담배를 사용했다면, 더 선호하는 브랜드를 구입하기 위해 해외에서 주문한 것으로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금연 중 다시 담배를 피우기로 결정한 후 곧바로 한국에서 담배를 산 게 아니라 굳이 미국에서 전자담배를 주문했다. 그리고 4개월 넘게(구단의 증언에 따르면 계속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전자담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주문한 전자담배에서 대마초 성분이 검출됐다.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일로 외국인 선수의 해외 구매 물품을 관리하는 구단의 시스템과 교육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모범 선수로 알려졌던 브룩스의 갑작스러운 실각. KIA는 실망했고, 야구팬은 절망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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