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년전 염색 3만원 쓴 이재명, 이번엔 동영상에 수천만원
#2017년 3월 17일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경선 후보자 TV토론회 몇 시간 전 ‘기호 1번’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울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했다. 흰머리를 감추려고 염색도 했지만, 체크카드로 결제한 액수는 3만3000원. 경선기간 그가 결제한 유일한 ‘스타일링’ 비용이었다.
#올해 7월부터 시작된 민주당 경선에서 ‘기호 1번’을 다시 달고 나타난 이재명 경기지사의 모습은 4년5개월 전과는 달랐다. 새하얀 머리와 깔끔한 정장, 얇은 안경테(30만원 수준)에 신사같은 분위기가 묻어났다. “전문가의 솜씨다. 이미지 개선에는 이제 돈을 아끼지 않는다”(캠프 인사)고 한다.
대선 경선에서 돈은 전쟁의 실탄이다. 후보와 캠프의 일거수일투족에 돈이 들지만 실탄 비축엔 한계가 있다. 경선 후원금 모금은 20대 대선 선거비용 제한액(513억900만원)의 5%인 25억6545만원(예비후보자 기준)까지만 할 수 있다. 모자라면 후보 개인돈을 쓸 수 있지만 본선이 아니다 보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공영제에 따른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없다. 10일까지 이 지사는 약 24억원, 이 전 대표는 약 22억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민주당의 한 친문 재선 의원은 “후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도 경선 승리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
동영상 늘리고 SNS컨설팅 받고…코로나가 바꾼 지출
민주당 경선 레이스 돌입(7월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영향으로 비대면 홍보비용이 각 캠프의 예상보다 더 커졌다고 한다. 이 지사는 지난달 29일 ‘MZ세대 맞춤 자기소개’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아저씨 성질 좀 있다면서요”라는 청년들의 질문에 이 지사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맞아요”라고 답하는 영상인데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다. 이재명 캠프는 이 영상을 포함해 총 10여편의 홍보영상을 제작하기로 프로덕션 한 곳과 수천만 원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 “1위 주자다 보니 본선까지도 염두에 둔 계약”(이재명 캠프 소속 의원)이라고 한다.
반대로 과거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사무실 임대료나 장소 대관비, 교통비는 줄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2박 3일간 ‘대구→부산→전북→대전’을 방문하는 ‘U자형 행군’을 벌였다. 승합차를 빌려 1200㎞를 달렸는데, 주유비와 렌트비를 합쳐 100만원가량 들었다. “예년 같으면 주유비만 100만원이 들었을 것”(이재명 캠프 인사)이란 반응이다. 같은 지역에 가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사람 수가 제한돼 구석구석 많은 곳을 다닐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직 지사 선거운동 프리미엄’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경선 일정엔 관용차를 쓰지 않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동영상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이낙연TV’로 진행된 출마선언부터 외부업체가 제작한 8분짜리 질좋은 영상을 썼다. 이낙연 캠프 소속 재선 의원은 “외주 동영상 제작에 1000만원가량 지출됐다. 반응이 좋아 홍보 동영상을 추가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수천만 원 수준의 SNS 홍보 컨설팅을 받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SNS 홍보의 타겟 유권자의 연령·성별·성향 등에 따라 전략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를 돕는 한 초선 의원은 “연령·성별 등 다양한 계층을 타게팅해 맞춤형 SNS 홍보전을 펴고 SNS팀 인력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9월 초부터 시작되는 순회 경선이 다가오면 각 후보가 보내는 홍보 문자메시지 송출에 억 단위의 돈이 지출될 것란 전망도 나온다.
━
문재인 강남 미용실 등에 110만원…안희정은 교통비 최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선 선거 전략의 주안점에 따라 후보마다 지출의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중앙일보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문재인·안희정·이재명)의 회계내역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 분석했다.
당시 성남시장으로 경선에 참여한 이 후보는 컨설팅 지출액이 비교적 많았다. 그는 정무·정책 외부 컨설팅을 8회(2억526만원) 받았고, 여론조사도 다른 후보보다 많은 4회(1540만원) 의뢰했다. “갑작스레 참여한 경선이어서 외부 도움이 필요했다”(이재명 캠프 인사)는 이유다. 이 후보는 모금한 후원금(10억9890만원)이 세 후보 중 가장 적었던 탓에 개인돈 9759만원을 썼다. 온라인 홍보는 기본소득 계산기 앱(121만원), 홍보용 홈페이지 ‘공정넷’(715만원) 구축 등 비교적 소액으로 떼웠다.
반면 당시 시작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대세론’으로 판을 주도했던 문재인 후보는 홍보 동영상(9회)과 유튜브 생중계(6회)에 2억3766만원을 지출했다. 특히 문 후보는 청담동 헤어숍과 한남동 의류대여숍에서 ‘스타일링’ 명목으로 각각 55만원씩 지출하는 등 총 110만원을 썼다. “여성 표를 끌기 위한 투자”(한 친문 인사)였다고 한다. 반면 안 후보는 현수막·명함 등 대면 홍보 비용(1억3126만원)과 교통비(1801만원)가 세 후보 중 가장 많았다. 간담회 수어통역 3회(195만원) 등 이색 지출도 있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후원금을 14억4576만원과 10억3344만원을 모았었다.
모금액 중 쓰고도 남는 돈은 중앙당에 인계해야 한다. 당시 문 후보는 1억7740만원을 민주당에 남긴 반면, 이 후보가 인계한 건 단돈 3만원이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최서인 인턴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이준석 발언에 尹캠프 발칵···"계속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 노마스크로 전국 누벼도 욕 먹지 않는다…비키니 셀럽 정체
- ‘北지령 혐의’ 청주 4명 미스터리…국정원 21년간 지켜만봤다
- 일주일새 차례로 숨진 가족···그 비극의 시작은 '백신 음모론'
- "전라도 것들이 세상 망쳤다"···광주고검 흉기난동범이 쓴 글
- "아주 악독하고 집요했다"···엄마 품속 아기 목숨 앗은 까치 [영상]
- [단독]박원순측 "인권위 조사 부실"…진중권 고소장 내용 보니
- “제재하니 코인·사이버범죄 굴팠다” 김정은 토끼로 본 美 후회
- 개인정보 해킹된 샤넬…홈피 가본 충성고객들 더 열받는 까닭
- "김연경처럼 강해지고 싶어요"···올림픽 그후 '운동 여풍'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