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준석 발언에 尹캠프 발칵.."계속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현일훈 2021. 8.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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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때문에 캠프가 발칵 뒤집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관계자가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싸우지 말라'고 해서 꾹 참고는 있지만, 솔직히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면서 한 말이다.

이 대표가 서울을 비운 날 입당한 윤 전 총장이 이후 당 지도부 행사에 불참하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후 양측은 공방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이 대표의 공격적인 발언에 윤 전 총장 측이 민감하게 반응하더니 이날엔 윤 전 총장 측이 '토론회 보이콧' 까지 시사하는 등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앞에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 활동을 위해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 캠프가 술렁거리게 만든 건 지난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측의 당 행사 보이콧 제안은 사실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고서 나온 게 '후쿠시마 발언'"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당 지도부가 주최한 지난 4일 대선 주자들의 봉사활동에 불참한 윤 전 총장이 당일 언론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등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었다.

이 보도를 접한 윤 전 총장 측에선 "당 대표가 같은 당 대선주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냐. 주어 없이 발언 내용만 보면 민주당 대변인실과 다를 바 없다"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 전당대회의 공통점이 뭔지 아나. 대세를 형성한답시고 사람 끌어모은 캠프는 다 졌다”는 이 대표의 발언도 윤 전 총장 측은 문제 삼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의원은 "당 중진이나 옛 정치인과는 어울리지 말고 이 대표 지시를 따르라는 것으로 들린다"고 불쾌해했다. 다른 측근은 "이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자꾸 치켜세우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른바 '오세훈 차출설'은 야권에선 폭발력이 큰 주제다. 당사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서울시장직을 던지고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정치권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는데, 이 대표도 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달 26일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오 시장을 띄우려고 한다는 음모론이 있다"(진중권 전 교수)는 질문에 그는 "가능성은 낮지만, 그런 음모론 좋다"고 응수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입당 전부터 이 대표가 자꾸 오 시장 성공 사례를 들며 윤 총장 말고도 카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해왔다. 솔직히 불쾌하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 측 김영환 전 의원은 이 대표가 "현재 시점에서 대선을 치른다고 가정하면 여당에 5% 포인트 차이로 질 수도 있다"고 말한 걸 두고도 "너무 비관적인 전망"(페이스북)이라고 했다.

이날 윤 전 총장 캠프 일각에선 18일 열리는 첫 경선 토론회 참석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당 후보 등록(8월 30~31일)도 안 한 상태에서 무슨 토론회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다만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은 "당에서 공식 제안이 오면 그때 참석할지를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 대표와의 갈등, 경선 경쟁자들의 견제에도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자제해온 윤 전 총장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최대한 참겠지만 계속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나도 간단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이 대표 측도 부글대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원한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대표 입장에서 모든 후보를 공정하게 대하는 게 맞지, 그럼 윤 전 총장만 편애해달라는 것이냐"고 대응했다. 이 대표의 중앙일보 인터뷰 발언에 대해서도 "'잘하시라'고 조언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현일훈·성지원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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