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詩적인 목소리

2021. 8. 1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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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때때로 불안해지고 주기적으로 악몽도 꾸게 되는 걱정 요소는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왜 과거에는 시가 읽히고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애태웠을까.

그의 목소리는 시적이었다.

시가 노래로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어 준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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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시인


내가 때때로 불안해지고 주기적으로 악몽도 꾸게 되는 걱정 요소는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왜 과거에는 시가 읽히고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애태웠을까. 과거에 쓰인 시들을 읽으면 조금 해결책이 나올까 싶어 한동안 과거에 쓰인 시집들만 찾아서 읽었다. 하지만 해결책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과거에 활발히 활동하신 선생님들을 찾아뵙게 됐다. 결과적으로 모든 해결책은 나에게 있으므로 스스로 찾아야 했다.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시가 가닿을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노래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하루에 최소 10곡의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된다. 길을 걷다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게 되거나 누군가 흥얼거리는 소리를 통해 듣게 된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듣게 되는 노래에 가사로 시를 넣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이맘때쯤 우연히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게 됐는데 그곳엔 슈퍼주니어의 보컬 셋이서 결성한 유닛 K.R.Y가 출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규현의 노래 ‘밀리언 조각’을 예성이 부르는데 그의 음색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성의 목소리는 어스름한 초저녁에 쏟아지는 함박눈 같았다. 빗방울이면 어딘가에 스며들어 사라지고 말았을 텐데 그의 목소리는 함박눈과 같아 내 귓가에 소복이 쌓이고 말았다. 그의 목소리는 시적이었다. 시가 노래로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어 준 목소리였다.

이날의 기억으로 인해 나는 현재 작사 공부를 하는 중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수업을 듣게 도와주신 한 작사가 덕분에 즐겁게 공부하는 중이다. 언젠가 인연이 돼 예성의 노래에 가사를 쓰게 된다면 꿈만 같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시를 전달한다면 좋겠다. 한 편의 시가 한 곡의 노래가 돼 사람들 귓가에 닿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막연하고 끈질기게 그날을 꿈꿔보련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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