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지금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김나래 2021. 8. 1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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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침 신문 1면 사진은 온통 검붉은, 그리스 아테네 북부 에비아섬의 산불 현장이었다.

바로 그 '신화의 나라' 그리스가 지금 불타고 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터키, 캐나다 서부와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 심지어 러시아 시베리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 그 불편을 감수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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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10일 아침 신문 1면 사진은 온통 검붉은, 그리스 아테네 북부 에비아섬의 산불 현장이었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기둥, 치솟는 재와 연기, 그 앞에 서 있는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까지. 재난 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현실 속에 펼쳐져 있었다. 그 뜨거운 열기와 숨 막힐 듯한 연기가 느껴지는 듯해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신의 자비를 구했다.

그 사진은 머릿속에 오랫동안 박혀 있던 그리스의 이미지를 단숨에 삼켜버렸다. 그리스는 에게해의 푸른 바다, 바닷가 절벽에 서 있는 그림 같은 하얀 집들, 2000년 전 신을 향한 인간의 마음이 아로새겨진 웅장한 건축과 조각, 신과 인간의 이야기가 넘실대는 곳이었다. 바로 그 ‘신화의 나라’ 그리스가 지금 불타고 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터키, 캐나다 서부와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 심지어 러시아 시베리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일어났다. 2013년 탄소배출량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 7월 화재로 방출된 탄소는 3억4300만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매년 26만~6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 등으로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외 학술지 ‘환경 보건 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2012년 5월 게재된 내용이니 지금 그 숫자가 얼마나 더 늘었을지 가늠해보기도 두렵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9일 내놓은 보고서는 앞으로 20년 안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 대비 1.5도 상승할 게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전례 없는 기후 재앙 현상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환경을 놓고 지구적 관점에서 희망을 품기는 이제 틀린 것 같다. 한국으로 좁혀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주문처럼 외우지만, 현실은 그 구호를 매번 무색하게 만든다. 지난 5월 대통령 직속으로 꾸린 탄소중립위원회는 위원 구성을 둘러싼 잡음부터, 구체적 실천 방법을 찾기 어려운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까지 내내 실망만 안겼다.

사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대대적으로 감축하려면 우리 생활 전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이란 관점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런 어젠다를 진지하게 제시하는 대선 주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부나 정치권 탓만 하고 싶진 않다. 이미 코로나19로 달라진 생활 패턴은 우리 일상에서 1회용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 문제를 가중시켰다. 방역을 생각해 대형마트 장보기를 자제하고 배달을 시켰더니, 각종 상자 비닐 등 쓰레기가 쌓여 답답하다는 사람이 주위에 적잖다. 오죽하면 ‘쓰레기 우울증’이란 말까지 나올까.

그레타 툰베리의 말대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희망이 아니라 더 많은 행동이다. 후배들과 당장 생활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환경적 소비와 생활 방식을 소개하는 ‘에코노트’란 코너를 시작했다. 자주 사용하는 얼음팩 재사용부터 각종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방법까지 사소하지만 해볼 수 있는 일을 소개하는 코너다. 나름 이런저런 방법을 소개했으나 결국 문제는 우리가 그만큼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느냐로 귀착되는 듯했다. 기사에 달린 댓글도 “귀찮아서 어떻게 이렇게 하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 불편을 감수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 지금 우리가 감수하지 않으면, 지구란 배경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결말은 모두가 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그런 결말이 될지 모른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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