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9월의 마음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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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일, 서울 기온이 39.6도를 기록했습니다.
가을의 첫 번째 특징은 단풍인데 9월에는 아직 이파리들이 푸르기만 합니다.
시베리아 같은 곳은 예외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9월에는 단풍도, 낙엽도 없습니다.
마지못해 계절의 선두에 선 9월과는 달리 앞에 설 만한 자격이 없는 데도 앞에 서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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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일, 서울 기온이 39.6도를 기록했습니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1년 만에 역대 최고 기온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4시 강원도 홍천은 40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올여름 더위도 만만치 않습니다. 며칠 전 보도를 보니 올여름 더위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합니다.
그러나 요 며칠 새 조금 누그러진 것 같지 않습니까. 여름이 서서히 끝나갑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여름이 끝나면 가을이 시작되겠지요. 학생 시절에는 가을이 가까이 오면 소중한 보물을 잃은 것 같이 허전했습니다. 여름휴가 따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이 힘들게 살던 시절이었기에 유일한 낙은 교회 중·고등부의 여름 수련회였습니다.
형 누나, 동생들과 함께 바닷가나 계곡을 누빌 유일한 기회였으니까요. 죄송스럽게도 그때 배운 성경 말씀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정신없이 뛰어놀던 일과 떠나기 전날 밤 가슴 설레던 캠프파이어의 기억만큼은 또렷합니다. 물론 그때를 아름답게 추억하게 만드는 데는 눈만 마주쳐도 얼굴 빨개지던 사춘기의 설렘도 빼놓을 수 없지요.
그 좋던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해야 했으니 가는 8월이 슬펐고 오는 9월이 미웠습니다. 또 한 해를 기다려야 여름방학과 수련회가 온다고 생각하니 아무 낙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8월이 얼마 남지 않았고 9월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9월과 함께 가을이 옵니다. 가을의 선두에 선 것이 9월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9월부터 가을이라고 말하는 게 옳은지 궁금해졌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여름이고 9월부터 11월까지가 가을이라는 건 누가 정한 걸까요.
9월의 항의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난 가을이 아니에요. 여름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이죠. 아닌 게 아니라 9월은 가을이 되기엔 실력(?)이 모자랍니다. 가을의 첫 번째 특징은 단풍인데 9월에는 아직 이파리들이 푸르기만 합니다. 시베리아 같은 곳은 예외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의 9월에는 단풍도, 낙엽도 없습니다.
가을의 두 번째 특징은 쌀쌀한 바람입니다. 9월에도 한낮에는 8월과 별 차이 없이 뜨거우니 아직 여름인 듯합니다. 단풍으로 말하면 10월이 으뜸이니 가을의 앞에 서야 할 것 같고 쌀쌀한 바람으로 따지면 11월이 으뜸이니 11월이 선두여야 할 것 같습니다.
9월은 마지못해 가을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함께 가을이라 불리는 10월과 11월은 가장 가을답지 않은 9월을 선두에 세우고 자신들은 뒤에서 따라오니 그 겸양이 아름답습니다. 9월은 참 어렵고도 행복하겠습니다. 앞에 설만 하지 않고, 앞에 서고 싶지도 않으나 앞에 서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마지못해 계절의 선두에 선 9월과는 달리 앞에 설 만한 자격이 없는 데도 앞에 서려고 합니다. 남을 제치고 앞에 서려는 이들의 이야기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앞에 설 자격이 부족하다고 사양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고 앞에 서라고 남에게 자리를 권하는 이도 찾기 힘들며 어쩌다 앞에 서게 되면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도 찾기 힘듭니다.
자격이 없어도 앞에 서려 하고 권하지 않아도 당연한 듯 앞에 서며 앞에 선 것이 무슨 벼슬인 줄 알고 거들먹거립니다. 코로나19와 더위도 참기 어렵지만 9월만도 못한 우리 모습이 더 참기 어렵습니다. 저만치 부끄러워하면서 앞서 오고 있는 9월의 마음을 살폈으면 합니다. 그러면 우리 삶과 사회에도 욕망의 열기를 식혀 줄 서늘한 바람이 불지 않겠습니까.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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