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앞두고 언론 자유 틀어막겠다는 여권의 오만
위헌 비판받는 언론중재법 상임위 상정
그제 취임한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정치적 편향성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방심위의 여당 우위 구조(9명 중 정부·여당 몫 6명)에서 그제 위원장이 되고 내놓은 일성(一聲)에서도 뚜렷했다. 정파적일 뿐만 아니라 집행 의지도 노골적이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란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선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역정책과 백신 접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이른바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정보, 혐오 표현이 무분별하게 유통돼 왔다”며 “위원회의 책무와 과제가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가장 중립적 인사여야 할 방심위원장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못된 인식이다. 백신이 부족해 불안감을 키운 건 문재인 정부 아닌가.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례적으로 모욕죄와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책임까지 지고 있는 한국 언론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건 또 뭔가.
방심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위원장 호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정치적으로 불편부당하게 하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를 서너 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파적 취임사를 한 것이다. 그러니 야당에서 “편향의 아이콘인 정 위원장이 방송 공정성을 심의하는 건 소가 웃을 일”(박대출 의원)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정 위원장의 인선이 하나의 돌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를 6개월여 남겨둔 여권의 ‘언자완박’(언론의 자유 완전 박탈) 드라이브의 일환일 수 있다. 언론개혁으로 포장해 언론 자유를 막는 일련의 조치 말이다. “뭐부터 지적해야 할지, 초점 맞출지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인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하려는 의도도 마찬가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소위에서 내용적·절차적 문제에도 일방 처리한 데 이어 어제 전체회의에도 상정했다.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언론계·학계·법조계의 압도적 반대도 외면한다. 여권은 언론의 신뢰가 낮다고 주장하는데, 행정연구원의 지난해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국회의 신뢰도는 17개 단체 중 최하위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야당이 정쟁몰이로 삼고 언론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만큼 우악스러운 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의 언론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례적으로 서명운동에 돌입할 정도로 우악스러운 법이 맞다. 한때 언론 자유의 옹호자를 자처했던 민주당의 몰염치에 아연할 뿐이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 감시가 껄끄러워 봉쇄하려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자유를 훼손하면 역사가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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