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말까지 백신 2억회분 비축..인권단체 "백신 이기주의 극치" 비난
영국이 올해 말까지 최대 2억1000만 회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비축하게 됐다고 일간 가디언이 생명과학 분석업체 에어피니티의 자료를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현재까지 영국은 총 4억670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주문했고, 이 중 연말까지 3억600만 회분을 납품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16세 이상의 전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올가을 취약층에 대한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시행한다 해도 영국에 필요한 백신 규모는 9500만 회분에 불과하다. 즉, 3억600만 회분 중 2억1100회분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번 자료 분석에 함께 한 영국의 인권단체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는 영국이 백신을 비축할 것이 아니라 백신 빈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스포드대학의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0.005%), 아이티(0.003%), 부르키나파소(0.01%), 바누아투(0.03%), 남수단(0.04%), 예멘(0.04%), 차드(0.04%), 시리아(0.05%), 기니비사우(0.06%), 베닌(0.1%) 등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0.1%를 밑돌고 있다. 반면 백신 부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영국의 백신 접종률은 80%에 달한다.
닉 디어든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 국장은 “영국이 백신의 부스터샷과 10대 접종을 준비하는 동안 저소득·중간소득 국가는 남은 백신을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이는 매일 죽어가는 수천 명의 사람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맥스 로슨 옥스팜 불평등 정책 책임자는 영국의 백신 물량 비축을 두고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우월주의에 입각한 인종차별)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은 WHO의 권고를 무시하고 부스터샷 접종을 승인했다. 이는 결국 코로나 사태를 연장시켜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킬 것이다. 또 궁극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돌연변이 발생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샤미차크라바티 전 노동당 소속 법무장관도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제3세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저소득·중간소득 국가가 백신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길을 폐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영국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영국은 내년 6월까지 백신 1억회분을 기부할 예정으로 지난주 첫 기부가 시작됐다”며 “영국은 코백스를 통해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의 백신 수급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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