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댐, 메콩강 물고기 씨 말린다..캄보디아 비명

김홍범 2021. 8. 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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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단백질 섭취 65~70%가 민물고기
MRC "2040년엔 어획량 80% 줄어"
中 "오히려 문제 완화에 도움된다"

“물고기가 너무 귀하다. 예전엔 어업으로 생계를 꾸렸지만, 이제는 우리가 먹을 것도 모자란 실정이다.”(메콩강 하류 주민)
중국의 ‘일대일로’ (Belt and Road Initiative·BRI) 사업 일환으로 지어진 메콩강의 세산2 댐(Sesan II)이 현지 주민에 대한 고려 없이 건설돼 강 하류 지역에서 대규모 식량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글로벌 인프라 개발 사업이다.

2018년 세산2댐 완공 후 수몰된 한 사당의 모습. [휴먼라이츠워치 제공]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137쪽 분량의 ‘일대일로 사업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엔 지난 2018년 수력 발전을 위해 지어진 캄보디아 최대 규모 세산2 댐에서 비롯된 문제점들이 담겼다. 댐은 메콩강의 지류인 세산강과 스레폭강이 만나는 스퉁트렝의 두물머리 지역에 위치해있다.

캄보디아는 코로나19 발병 이전까진 매년 평균 7%씩 빠르게 성장하며 고질적인 전력 부족 문제를 겪었다. 이에 일대일로를 통한 대규모 댐 건설 사업에 돌입했고, 매년 400MW를 생산하는 세산2 댐 건설로 총 전력 생산량이 20%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메콩강 인근에서 이뤄지던 민물어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는 메콩강은 매년 세계 민물고기 수확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캄보디아 외에도 라오스·미얀마 등 주변 지역 6000만 인구의 젖줄 역할을 한다. 지난 2015년 캄보디아는 메콩강에서 약 30억 달러(약 3조4500억원)어치의 민물고기를 수확했다.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18% 수준이었다.

그러나 댐 건설 이후 어획량이 급감했다고 한다. 휴먼라이츠는 “이미 일부 지역에선 어업 생산량 감소로 20~30%의 어부들이 직업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브라이언 에일러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부장은 “댐 건설로 메콩강 전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물고기들의 이동 경로가 막혀 생긴 현상”이라며 “이로 인해 메콩강 하류는 식량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휴먼라이츠워치는 ″댐 건설 이후 일부 지역 주민들은 민물고기 수확량이 4분의 1로 급감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영상 캡처]

메콩강위원회(MRC)는 2040년에까지 메콩강 유역의 어획량이 댐 건설 전과 비교해 8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댐 건설로 인해 하류엔 물 부족이 초래돼 쌀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4월 미국의 물 분야 연구 및 컨설팅 기관인 ‘아이즈 온 어스’(Eyes on Earth)는 메콩강 상류 댐들이 470억㎥의 물을 담아두면서 하류 지역의 가뭄과 환경파괴를 부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메콩강 인근에 위치한 베트남과 태국은 세계 3대 쌀수출국이기도 하다.

특히 휴먼라이츠는 “댐 건설에 따른 수몰로 지역 주민 5000여명이 별다른 조처를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며 “일대일로는 지역민들의 사정을 무시하고, 불투명하게 진행되며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앙포토]

중국은 캄보디아 외에도 일대일로를 통해 인도네시아, 우간다,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그루지아 등 국가에서 10건 이상의 댐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세산2 댐의 경우 댐 발전소 자체 지분의 51%를 중국이 가지고 있고, 사업비 8억 달러(약 9200억원) 대부분이 중국의 은행 대출로 조달됐다.

FT는 “이번 보고서 관련 질문에 중국 발전회사인 중국화능집단공사(中國华能集團公司)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댐 건설로 인한 문제에 대해 중국 수자원연구소는 지난해 7월 “댐이 우기의 물을 저장하고 건기에 방류하기 때문에 가뭄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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