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4 신화' 양궁장서 일한 한국인 김지수씨 이야기

이동환 2021. 8. 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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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이벤트'인 올림픽엔 전 세계 각 국 선수단과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2020 도쿄올림픽의 각 경기장에도 경기를 뛰는 선수, 그들을 지도하는 코칭스태프, 소식을 전하는 취재진만큼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국인들이 있었다.

김씨는 지난 4일 국민일보와 만나 "한국 선수들이 양궁을 워낙 잘하다보니 한국인 매니저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축구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주저 없이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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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 만난 사람들 ①]
'金4 신화' 양궁장서 미디어 지원 총괄한 김지수씨
"경기장서 애국가 들릴 때 남다른 기분 느껴"
김지수 매니저가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 내 베뉴 미디어 센터 앞에서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이동환 기자


‘메가 이벤트’인 올림픽엔 전 세계 각 국 선수단과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올림픽을 원활히 진행하려면 그들을 지원할 직원들도 다국적이어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의 각 경기장에도 경기를 뛰는 선수, 그들을 지도하는 코칭스태프, 소식을 전하는 취재진만큼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국인들이 있었다.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엔 미디어매니저 김지수(28)씨가 있었다. 금메달 4개 신화를 쓴 한국 양궁의 소식은 경기장 바로 옆 ‘베뉴 미디어 센터’를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됐다. 김씨는 취재기자들을 지원하는 매니저로 센터를 총괄하며 매끄러운 업무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한국인이 센터를 총괄한 건 이 종목이 ‘양궁’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원래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국에서 축구경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을 책임지는 ‘매치 오퍼레이션’ 직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올해 초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4일 국민일보와 만나 “한국 선수들이 양궁을 워낙 잘하다보니 한국인 매니저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축구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주저 없이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대회 기간 동안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란 일상을 보냈다. 취재 신청 접수부터 기자회견 진행, 기자석 배정, 출퇴근 버스 시간 조정 등을 챙기느라 매일 새벽 센터에 나와 늦은 밤이 돼서야 퇴근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은 주최 측에도 통제가 힘든 변수였다.

김씨는 “취재진이 너무 많은 데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보니 준비한 대로 거리두기를 지키게 하는 게 힘들었다. 경기장 예약 시스템처럼 코로나19 탓에 새로 도입된 시스템엔 기자들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저희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도 “(감염병 상황이라) 준비 과정에서 삐걱대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잘 운영된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영어와 한국어로 취재진들에게 기자회견 관련 전달 사항을 설명하는 김지수씨. 도쿄=이동환 기자


국제무대에서 일하는 게 겉으론 근사해보이지만, 어디까지나 계약직 신분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김씨는 다시 무직 상태가 된다.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감수하고 도쿄행을 선택한 건 진취적인 성격 덕이다. 김씨는 “저는 비슷한 일을 계속 하는 것보다 새롭게 도전하고 적응하는 걸 좋아한다. 불확실함, 불안함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엔 김씨처럼 스포츠 업계에 꿈을 둔 청년들이 많다. 하지만 입직 경로나 정보 자체가 제한적이다.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전공한 김씨도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위해 매 순간 도전해야 했다. 서울대에서 개발도상국 스포츠행정가 교육과정 참가자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다 2020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 일자리를 소개 받았고, 이후 AFC까지 인연이 닿은 식이다. 그 중 확실한 상황은 한 번도 없었다.

김씨는 “스포츠 일자리는 한 곳에서 경험과 인연을 쌓으면 다른 기회가 열리는 식”이라며 “어떤 직장이든 첫 시작은 상상만큼 멋지지 않다. 검증되지 않았는데 중요한 자리에 써주는 곳은 없는데, 실망해서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 잡일 같아 보여도 열심히만 한다면 점점 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혼성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안산(왼쪽)과 김제덕. 뉴시스


김씨는 이제 미국으로 향해 미국 프로스포츠나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등에서 일할 계획이다. 감염병 상황의 도쿄에서, 한국 양궁팀의 금메달 신화를 지원한 경험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될 테다.

“한국팀의 첫 메달이, 그것도 신설된 혼성단체전에서 나온 날 경기장에서 애국가가 들리는데 기분이 남다르더라고요. 앞으로도 최종 목표를 정해두기보단 매 순간 즐기며 도전하고 싶네요.”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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