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심각해진 야구 선수들, 해답은 어디에..
[이준목 기자]
▲ 키움 송우현 |
ⓒ 연합뉴스 |
2021 시즌 프로야구 후반기 재개를 불과 하루 앞둔 지난 9일, 대형사고가 두 건이나 터졌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송우현이 8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또한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는 9일 오후 미국에서 주문했던 전자담배에 세관 검사 과정에서 대마초 성분이 검출돼 조사를 받았다. 구단은 KBO에 브룩스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송우현은 KBO리그의 레전드인 송진우 전 한화 이글스 코치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2015년 신인 2차 6라운드 전체 58순위로 키움에 입단,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들어 1군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유망주였다.
프로야구 선수의 음주운전은 송우현이 물론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시기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키움은 불과 몇 주 전에 선수들이 수원 원정 숙소에서 무단 이탈해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으로 한현희는 올림픽 국가대표 타이틀까지 내려놓아야 했고 안우진은 '학교폭력' 논란까지 다시 회자되며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번 송우현의 음주운전은 선배들이 남긴 후폭풍을 겪고 나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비판받을 만하다.
KIA 타이거즈 브룩스는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걸 모르고 주문했다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 대마는 명백한 불법이다. 고의와 실수 여부를 떠나, 구단으로서는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빠른 조치가 불가피했다. 브룩스는 이미 퇴출 전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가뜩이나 올 시즌 9위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KIA는 외국인 투수의 공백으로 후반기 행보가 더욱 험난해졌다.
▲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오승환(왼쪽) 등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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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은 6개국 가운데 4위를 거두며 성과없이 귀국했다. 여자 배구가 야구와 같은 4위와 노 메달에 그쳤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엄청난 박수를 받았던 것과 대조된다.
이미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비판을 받았던 김경문 감독은 "금메달이 목표가 아니었다. 못 딴 게 아쉽지 않다"는 소감으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강백호 선수는 덕아웃에서 껌을 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했다. 올림픽 성적 때문에 과도하게 비난을 받은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팬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태도에 더욱 민감해졌다는 걸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프로야구는 의심의 여지없이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였다. 야구만 잘하면 억대 연봉과 언론의 관심,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누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분에 넘치는 인기가 오히려 독이 된 것일까. 최근 야구계는 음주운전, 승부조작, 도박, 학교폭력 등 수많은 구설수에 휘말렸다. 팬들의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선 것은 하루 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인기는 거품과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팬들이 프로야구라는 산업에 보여준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야구는 아무런 생산성 없는 무의미한 공놀이에 불과하다. 모든 구성원들이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지도자, 프런트, 구단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선수들이 프로 의식을 망각했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그저 야구만 잘하면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의식은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인식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야구계가 지금의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많은 야구 팬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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