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류승완 "'모가디슈' 비싼 값에도 OTT 넘기기 싫었다"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아무리 비싼 돈을 준다 해도 ‘모가디슈’를 스트리밍(OTT)에 넘길 수는 없었다.” 류승완 감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 속 극장에 영화를 공개한 후 이같이 말했다. 영화를 극장에서 체험하길 바란 원칙을 고수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여름에 선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류승완 감독은 10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 ‘모가디슈’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로, ‘베를린’(2012), ‘베테랑’(2015)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2017)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실제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의 탈출을 소재로 빌린 영화에 관해 류승완 감독은 “가장 먼저 관련자들을 취재하고 자료를 찾아가며 준비했다. 당시 상황에 관해 아는 외교관, 종군기자, 북한 관련 전문가 등 만나서 이야기 듣고 여러 서적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탈출 과정에서 차량을 책으로 덮는 장면은 픽션이었다고. 류 감독은 “조사를 하다보니 당시 사용한 소총은 반동이 심해서 명중률이 낮았다. 총술 훈련도 잘 안 돼 있었다. 또 총알이 전화번호부 한 권을 뚫지 못한다는 자료를 참고했다. 영화 속 설정이 사실감을 더할 거라고 봤다”며 “실제 대사관은 8번 정도 습격 당했지만, 압축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극 중 인물들이 식탁에 마주 앉아 함께 식사하며 반찬을 밀어주고 깻잎을 젓가락으로 잡아주는 장면은 한국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류승완 감독은 “작가가 쓴 대본에 있는 장면”이라며 “연출 과정에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녹아들지 않았나. 어린 시절, 식사할 때 젓가락이 장조림 반찬에 가면 할머니가 그 반찬을 제 앞으로 밀어주셨다. 영화 ‘베를린’에서 부부가 밥을 먹을 때 서로 반찬을 밀어주는 장면을 표현한 적이 있다. 밥상에 대한 기억 같다.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모습을 장면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남북 사람들이 언어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먹고 사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공유되는 지점이 있다는 점이 보이길 바랐다”며 “모두 같은 기억이 있을 것 아닌가. 따뜻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모가디슈’는 2019년 10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촬영을 시작해 2020년 2월 크랭크업했다. 이후 후반 작업에 돌입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선뜻 개봉 일을 잡지 못했다. 류 감독은 “영화를 언제, 어느 계절에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관객들이 아프리카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여름에 개봉하길 바랐다”며 “팬데믹 상황이 이렇게 길어질 줄 아무도 몰랐다”고 떠올렸다.
그는 “영화에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갔지만, 기록적 흥행 스코어를 만들자는 욕심은 버렸다. 아무리 비싼 돈을 준다고 해도 ‘모가디슈’를 스트리밍으로 넘길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극장에서 보며 체험하는 영화라는 원칙을 고수했다”라고 덧붙였다.
류승완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영화계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영화계가 정말 힘들다. 영화들이 개봉을 못 해서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업체들도 난리다. 개봉해야 (촬영분)하드디스크 용량을 정리할 텐데”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모가디슈’ 같은 영화가 계속 뒤로 밀리면 업계 전체가 힘들어진다. 저희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잘못돼 봐야 어디까지 잘못되겠냐’는 마음이었다”라며 “저희 진심을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작사 외유내강에서 만든 영화 ‘인질’도 곧 선보인다”며 “극장 상황이 정말 쉽지 않지만 조금씩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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