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중국, 자국 빅테크 셀프 저격..왜
中 독점 해소 등 새 먹거리 육성 위한 새판 짜기 속내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가 성대하게 끝난 다음 날인 7월 2일 밤. 중국 사이버 감독 총괄 부서인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이 디디추싱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1위이자 세계 최대 차량 공유 기업에 대한 조사 개시 발표에 뉴욕 증시는 요동쳤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3일 만에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
살벌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달 30일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바이두, 징둥, 디디추싱, 메이퇀, 샤오미, 트립닷컴 등 중국을 대표하는 25개 플랫폼 기업을 소집, 내년 1월까지 인터넷 산업 전담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중국 당국은 급기야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교육을 금지하고 게임산업 제한이라는 충격적인 발표까지 했다.
미국 등 서방 진영 매체들은 이와 관련해 ‘괘씸죄’, ‘군기잡기’, ‘공산당 리스크’ 등의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반면 중국내부에서는 규제 당국이 이번 기회를 활용, 그동안 문제시됐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정보 독점 문제를 해소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탈탈 털리는 中 빅테크 = CAC는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는 데이터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조사 중이다. 중국 공산당까지 나섰다. 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사무국은 법에 의거한 불법 증권 행위에 대한 단속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에는 ‘위반 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라’라는 무시무시한 문구가 담겼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압박은 지난해 11월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앤트그룹 상장 연기에서 시작됐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상장을 불과 이틀 앞둔 앤트그룹에 ‘상장 전 중대 사항’이 발생했다면서 상장을 잠정 보류시켰다. 당시 앤트그룹은 상하이와 홍콩 증시 동시상장을 통해 34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당국의 제동으로 340억 달러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압박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당국이 금융과 IT, 부동산, 교육, 문화 분야에서 국가 보안 등 다양한 이유로 50건 이상의 규제 조치를 취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라며 중국 시장 불안전성을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자국 빅테크 기업 압박에 대해 미국 등 서방 진영은 중국 리스크, 즉 신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새 중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7600억 달러(한화 870조원)가 증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월초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 발표 이후 마화텅(텐센터), 콜린황(판듀듀) 등 24개 기업 창업주들의 자산가치가 약 87억달러(약 99조원)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앤트그룹 상정 보류 결정이 나왔을 당시 마윈의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 서밋’ 연설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 등 서방 언론들은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앤트그룹 최대 주주인 마윈이 중국 최고위층 앞에서 국영은행을 전당포에 빗대어 비판한 것이 ‘화’가 됐다면서 ‘역린’을 건드린 마윈이 응징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당시 중국 관영 매체들은 ‘군기잡기’, ‘괘씸죄’ 등의 서구 언론 비판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파괴적 규제냐 구조 개선이냐 =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약속한 금융 등 자본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80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지난 1월 공개된 ‘비은행지불기구 규정’을 보면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 상장 보류라는 시장 혼란을 이용, 별도 작업을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규정에 따르면 온라인 및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한 개 법인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두 개 법인의 점유율이 합쳐서 66.6%를 넘어갈 경우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된다. 세 개 법인의 점유율이 75%를 넘을 경우도 조사 대상이다. 서방 언론들이 마윈의 생사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넘사벽’이 존재하는 시장을 구축했다.
알리바바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만 봐도 중국 정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알리바바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면서 2019년 매출의 4%인 182억2800만 위안(한화 3조11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9년 알리바바의 순이익이 1403억 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큰 금액이 아니다. 중국 반독점법은 전년도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알리바바 사례에서 보듯 중국 당국이 자기 파괴적 규제 정책을 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돈 벌기 쉬웠던 중국은 없다…새판 짜는 중국 = 최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디디추싱과 윈만만, 훠처방의 공통점을 크게 3가지다. 미국에 상장된 기업이자 방대한 중국인의 실생활 개인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 중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데이터 해외 유출 등 국가 안보라는 올가미를 씌워 이들 기업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차이신 등 중국 매체들은 국가 안보 위험 방지와 국가 안보 수호, 독점 금지 차원에서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안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가 안보 위반은 반역죄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들이 당국의 지시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올가미다.
하지만 실제 방점은 안보가 아닌 ‘독점’에 찍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지난해 디디추싱 이용자는 5억 명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은 대략 95% 내외로 추정된다.
중국 IT 업계 한 소식통은 "해외 자본이 유입된 중국 독점 기업들이 중국 당국이 짠 안보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면서 "디디추싱의 독점 문제가 해소되면 다른 데이터 기반 기업들의 독점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중국 경제의 체질과 기본 틀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정치국 회의에서 제조 기업의 혁신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전문성(기술력)을 갖춘 제조 중소기업 발굴을 강조됐다. 또 과학기술 혁신을 위해 기초과학 연구 및 응용기술 촉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특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에너지자동차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도 구체화했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명확하게 중소기업, 과학기술, 신에너지차를 꼭 집어 지목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앞으로 이 분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IT 플랫폼 기업이 아닌 제조 기반 기업에 투자하라는 독려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중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향후 중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와 신에너지차, 인공지능(AI) 분야가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베코 자산운용의 신흥시장팀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에서 돈을 버는 것은 너무 쉬웠다"면서 "최근 그 인식이 확실히 바뀌었고, 이제는 그럴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에 힘을 가진 기업(정부)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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