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로부부', 19금 막장예능에서 부부탐구생활로

이준목 2021. 8. 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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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애로부부>의 한 장면.
ⓒ 애로부부
 
채널A와 SKY에서 제작한 부부예능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가 어느덧 방영 1년여를 훌쩍 넘겼다. 9일 방송된 <애로부부>의 '애로드라마' 코너에서는 외도를 숨긴 채 8년 동안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한 남편의 분노유발 사연이 그려졌다. 이어 '속터뷰'에서는 뷰티 전문가 황종열-제시윤 부부가 출연하여 아내의 과도한 헬스중독으로 갈등을 빚고있는 내용 등이 다루어졌다.

지난해 7월 27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애로부부>는 최화정, 홍진경, 안선영, 이용진, 양재진까지 5명의 남녀 MC들이 다양한 부부들의 실제 사연을 듣고 고민 해결책을 찾아주는 구성을 표방하며 드라마와 토크쇼를 결합했다. 전반부의 '애로드라마'는 과거 KBS <사랑과 전쟁>을 연상시키는 막장 사연들이 속출하는 재연드라마다.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지만 역시 불륜 소재를 다루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속터뷰'는 연예인에서 셀럽-일반인까지 실제 부부들이 출연하여 입장이 대립하는 주제에 대한 토크를 나누고, MC들의 최종투표를 통하여 승자에게는 '애로지원금'이라는 명목의 상금을 지급한다.

<애로부부>는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시작부터 대놓고 '19금 부부예능'을 표방했다. 이미 기존의 수많은 부부예능이 있었지만, <애로부부>는 그동안 방송에서 조심스럽게 다루어지던 부부간의 '성생활'을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적인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파격적인 기획, 선정성 지적도 받았지만...

1회부터 속터뷰 첫 의뢰인으로 등장한 개그맨 여윤정-홍가람 부부는 연애 시절부터 성관계 시에 벌어진 각종 에피소드를 거침없이 공개하며 MC들까지 당황시켰다. 조지환-박혜민 부부는 남편이 32시간마다 부부관계를 요구하는 사연을 고백하며 한동안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방송 초기에는 자극적인 사연도 모자라, 실제 부부가 등장하며 내밀한 사생활까지 방송에서 공개하는 게 불편하다는 시선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막장드라마보다 더 선정적인 막장예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애로부부>는 예상을 깨고 어느덧 방영 1년을 넘기며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선정성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실제 사연과 결혼이야기가 주는 리얼리티, 그리고 자극적인 사건만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현실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한다는 것이 공감대를 얻고있는 비결로 꼽힌다.

'에로드라마'에는 수많은 분노유발 사연들이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바람을 핀 배우자나 상간녀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것으로 권선징악이 이루어지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상간녀의 역공을 당하여 특수폭행,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당하고 황폐한 삶을 살게 된 아내의 사연, 시어머니의 비틀린 모정 때문에 위기에 몰리게 된 부부의 이야기, 이혼 후 아들의 장기공여를 기대하고 돌아온 철면피 남편의 이야기 등은 모두 이런 일이 현실에 가능한가 싶을 만큼 황당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애로부부>는 실제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합리적인 조언을 건넨다. 정신과 전문의인 양재진이 사연자들이 처한 상황과 심리 대하여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한다면, 법률 자문으로 특별출연하고 있는 남성태 변호사는 법적인 조언을 담당한다.

양육비 제도, 재산분할 청구권, 불륜 증거수집의 조건, 부부간 각서의 법적 효용성 등, 모르고 지나가기 쉽지만 알아두면 유용한 법적 정보들이 드라마의 상황에 맞춰서 심도있게 다루어진다. 여기서 꼭 배우자의 불륜이나 이혼 생각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결혼과 이혼이 다양한 사회적 제도와 관계속에 얽혀있는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허심탄회한 시간 만들어주는 '속터뷰'

또한 '속터뷰'에는 많은 부부들이 오랫동안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막상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제공한다. 지난해 11월에 출연했던 김성규-허신애 부부는 아내가 먼저 부부관계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고 상처받았던 일화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여성이고 교회 전도사라는 사회적 타이틀 때문에 부부간 건전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조차 왜곡당하는 편견, 부부간에도 무의식중에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성희롱-성차별적인 언행들은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단순히 성을 다루었다고 해서 단지 자극적인 에피소드에만 치중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속터뷰는 최근에는 그 범위를 넓혀서 취향과 취미생활, 경제력, 나이차, 고부갈등, 인생관 등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출연자에 따라서 사연의 진정성이 다소 의심되거나, 굳이 갈등이라고 하기에는 지니차게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있었지만, 현 시대 다양한 부부들의 각기 다른 솔직한 결혼관-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MC들의 인간적이고 균형잡힌 소통 능력도 돋보인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의뢰자로 등장하는 사연이 압도적으로 많고 MC들의 성비도 여성이 더 우세하다보니 자칫 한쪽으로 의견이 편중될 수도 있는 흐름이다. 하지만 남녀 MC들 모두 젠더의 관점이 아닌 보편적인 상식과 이성의 측면으로 사연을 접근하면서 똑같이 잘못한 것은 지적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편이다.

황종열-제시윤 부부가 출연했던 9일 방송에서 이용진과 양재진은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근거로 아내의 손을 들어주지만, 최화정-안선영-홍진경은 모두 고심 끝에 남편의 손을 들어준다. 마지막에 결정을 바꾼 안선영은 "아내의 꿈을 지원하기 위한 남편과 가족들의 희생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종 결과는 3대 2로 남편의 역전승이었다. 황종열씨는 승리로 얻은 애로지원금을 아내에게 양보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애로부부>는 결혼생활과 부부관계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거나 100% 정답을 찾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인생이 그러하듯 결혼생활 역시 수많은 갈등과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오답을 줄이고 더 나은 차선을 찾기 위한 노력이 부부관계의 본질이라고 했을 때 <애로부부>는 일종의 부부탐구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비혼이든 미혼이든 다른 부부들의 사연을 통하여 자신과 가족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애로부부>라는 프로그램이 1년 이상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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