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대선 주자, '버림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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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1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선주자가 광역자치단체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정치적으로 몸을 가볍게 하는 결정이다.
2012년의 충격파를 기억하는 민주당원들에게 대선을 앞두고 시도 지사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정은 민감한 사안이다.
공직선거법 제53조에 따르면 대선 90일 전인 12월9일까지 시도 지사 자리에서 물러나면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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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1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제주도는 12일 0시부터 행정부지사 권한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대선주자가 광역자치단체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정치적으로 몸을 가볍게 하는 결정이다.
도정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대선 행보에 본격 나설 수 있다. 원 지사 사퇴는 야당 대선 레이스에 격랑을 유도하는 일종의 배수진이다. 정치적 퇴로를 차단하고 이번 대선에 승부를 걸겠다는 메시지다.
원 지사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3위까지 한 경험이 있다. 정치적 몸값을 올리려 2022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야당의 군소 후보들과는 체급이 다르다. 원 지사는 자신의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충격 요법이 필요했다. 문제는 정치적 묘수와 자충수, 모두 가능성이 열려 있는 ‘버림의 정치학’이 지닌 속성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경남도지사직 사퇴를 선택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경험이 있다. 그는 2012년 7월6일 "퇴로를 끊고 배수진을 친 장수의 심정으로 힘든 여정에 오른다"면서 경남도지사직을 내려놓았다.
민주통합당 대선 레이스를 흔들어놓고자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과적으로 자충수에 가까웠다. 민주당 소속 경남도지사라는 정치적 상징성에 애착이 강했던 당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민주당은 2012년 12월19일 대선과 함께 열린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에 패배했다.
2012년의 충격파를 기억하는 민주당원들에게 대선을 앞두고 시도 지사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정은 민감한 사안이다.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퇴 종용 논란이 여당의 ‘화약고’로 떠오른 이유다.
논란의 불씨는 이상민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촉발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사로서 선거운동을 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면서 경기도지사를 사퇴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책임져야 할 인물이 정치적 시비에 휘말린 것 자체가 실책이었다.
공직선거법 제53조에 따르면 대선 90일 전인 12월9일까지 시도 지사 자리에서 물러나면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 민주당 대선후보는 늦어도 10월 중순께 결정될 예정이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12월9일 전에 지사직을 사퇴하면 되고, 패배한다면 내년 6월까지 경기도정을 계속 책임지면 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원들은 경기도지사직 사퇴 논란과 관련해 2012년 악몽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을 달가워할까. 아니면 정치적 순리대로 일이 전개되기를 희망할까. 이낙연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자당 소속 경기도지사를 보유한 채 대선을 치를 수도 있다. 이는 이낙연 대선캠프가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이다.
당 선관위원장의 설화(舌禍)가 불거졌을 때 ‘역발상의 정치’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이낙연 캠프에서 경기도지사 사퇴론에 힘을 보탤 게 아니라 지사직을 함부로 던지지 말라고 요구했다면 민주당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 여당 경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당의 미래까지 고려하는 통 큰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줄 기회 아니었을까.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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