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경 여론조사]네거티브에 여당 빅2 모두 하락, 윤석열은 하향 추세
윤석열 4.1%p 하락, 홍준표 소폭 상승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대선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여당의 빅2,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상호 네거티브 싸움은 지지율 동반 하락으로 이어졌다. 보수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전히 선두를 달리지만 페이스는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대신 기존 정치인들이 기세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이낙연 동반 하락… 유동층 급증 =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자동응답) 결과, 6명의 민주당 대선 후보 중에서는 이 지사가 33.3%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20.6%를 기록했고, 이어 박용진 의원(6.9%),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6.2%), 정세균 전 국무총리(3.1%), 김두관 의원(1.0%) 순으로 나타났다. 양강 구도는 여전하지만 직전 조사(7월 24~25일)에 비해 이 지사는 2.1% 포인트, 이 전 대표는 1.8%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박 의원은 미미하나마 0.8% 포인트 상승했고, 추 전 장관도 비슷한 지지율을 유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차기 대선 후보로 적합한 후보가 없다거나 잘 모른다고 응답한 유보층이 직전 조사에서 19.5%였는데 이번에는 25.7%로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상당수 사람이 유보층에 흡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지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면서 "많은 국민들께서도 실망감을 비치고 계신다. 지역 순회 중에 ‘민주당이 집안싸움 너무 심하게 한다’는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여론이 싸늘해졌음을 방증하는 여론조사 결과다.
특히 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잘 모른다고 응답해 ‘중도 혹은 무당층’으로 불리는 이들 중 47.7%가 민주당 후보 누구에게도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직전 조사 33.7%에 비해 껑충 뛰어오른 수치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 중 지지 후보를 표명하지 않은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당내 경쟁이 과열되더라도 어떤 후보가 더 나은 지를 심중에 품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도 확장을 대선 승리의 필수 과제로 삼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우려할만한 결과다. 지역감정을 건드리거나 과거의 욕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입장, 음주운전 등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조폭 연루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검증이라기보다 이전투구로 보일만 하다.
◆윤석열 대세론도 흔들… 반사이익은 홍준표 등에 분산 = 보수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24.3%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7.3%로 나타났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10.2%), 최재형 전 감사원장(9.1%), 원희룡 제주도지사(5.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6%) 등 순이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에 비해 4.1% 포인트 떨어진 반면 홍 의원, 유 전 의원, 최 전 감사원장은 소폭이나마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상징성을 바탕으로 보수 야권의 독보적 후보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이후로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국민감정과 거리가 있는 설화(舌禍)가 잇따르면서 대세론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 120시간 노동을 허용해야 한다거나 어려운 이들에게는 부정식품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등 발언에 이어 지난 4일에는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는 발언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서는 실제 발언과 다르고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식으로 해명해 왔으나, 설화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이나 1위 주자에 대한 견제가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윤 전 총장을 대선 후보로 적합하다고 꼽은 비율은 5.4%에 불과하고, 홍 의원은 24.5%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전 총장이 54.7%로 가장 높았고 최 전 감사원장(15.3%), 홍 의원(10.8%), 유 전 의원(4.1%), 원 지사(3.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국민의힘 지지층에게는 여전히 독보적인 후보로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른바 ‘원팀’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비쳐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
◆오차범위 내 접전 벌이는 대선 빅3 = 양당의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가 선출된 이후를 가정한 양자 대결의 경우, 이 지사 41.8%, 윤 전 총장 41.3%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의 미미한 차이여서 박빙으로 봐야 한다.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이 8% 포인트 가량 앞섰었다. 아시아경제 정기 여론조사의 이재명·윤석열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라도 이 지시가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윤 전 총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45.0%로 2.4% 포인트 가량 앞섰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후보들을 모두 놓고 물었을 때 이 지사에 비해 열세지만 양자 대결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이 지사에게 72.3%, 이 전 대표에게는 81.7%의 지지를 보냈다. 현재로서는 빅2 외 다른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세가 이 지사보다는 이 전 대표에게로 쏠릴 수 있음을 예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 전 감사원장은 퇴임 이후 국민의힘 입당과 대선 출마 선언을 속도전으로 치러냈으나 눈에 띄는 지지율 상승은 보이지 않았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지사 44.0%, 최 전 감사원장 36.4%로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였다. 이 전 대표도 45.7%로 37.9%에 그친 최 전 감사원장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난 7~8일 실시됐으며, 1006명이 응답해 전체 응답률은 7.0%다. 조사방법은 무선ARS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이며, 표본은 2021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는 윈지코리아컨설팅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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