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이 이광수 자리 메운 영리한 방법

김상화 2021. 8.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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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SBS <런닝맨> 재치와 입담으로 공백 최소화.. 초대손님 활용

[김상화 기자]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SBS <런닝맨>이 7인 체제로 축소된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잘 알려진 것처럼 11년간 프로그램 인기의 큰 축을 담당해준 배우 이광수가 지난 6월 작별을 고했고 <런닝맨>은 신규 멤버 영입 없이 기존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전성기 시절 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각자 지닌 독특한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늘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면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방영된 '희극인 협회' 편은 그간 쌓여진 연륜과 멤버들의 개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재미를 만드는지를 몸소 보여준 모범적인 방영 편이었다. 가상의 희극인 협회를 놓고 사라진 회비를 메우기 위한 출연진들의 고군분투에서 눈에 띈 장면은 바로 상황극, 그리고 코미디언 못잖은 웃음 제조기들의 맹활약이었다.

개그맨 기수 문화 착안한 상황극... 작별 고한 멤버 이광수 활용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현재 멤버 중 코미디언 출신이 3인(유재석, 지석진, 양세찬)이라는 점에서 착안, 이날 <런닝맨>은 희극인 1~4기로 나눠 각종 게임을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이미 프로그램을 떠난 이광수가 회비를 훔쳐 도망갔다는 황당 설정을 삽입하고 납부해야 할 사무실 대관료 400만 원을 멤버들의 힘으로 메워야 하는 임무를 함께 부여한다.

가수, 배우 등 비희극인 출신 멤버들도 이미 예능 내공이 절정에 달해, 코미디언 이상의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여기에 지금은 사라졌지만 공채 코미디언 기수 문화를 접목시켜,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실제로도 나이는 많지만 KBS 공채 후배인 지석진(10기)은 유재석(7기)에게 구박 받는 인물로 등장하고 김종국, 전소민은 할 말은 다하는 똑 부러진 막내 역할로 분해 각종 상황극을 펼쳤다. 하하는 해외 출신이라는 설정으로 여기에 힘을 보탠다.

이미 시청자들과 고별 인사를 나눈 이광수를 내용 전개의 수단으로 적극 사용하면서 여전히 함께 뛰고 있는 듯한 착시 현상도 일으킨다. 앞선 방송에선 촬영 도중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장난 개그를 펼치는 등 독특한 발상도 재미를 선사한다.

적절한 초대손님 등장... 빈 자리 최소화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런닝맨>이 꾸준한 재미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으로는 적절한 게스트 활용도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대손님 출연은 예능 프로그램의 오랜 전통 중 하나지만 최근 <런닝맨>에선 초대손님도 상황극이나 설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이번 '희극인 협회' 편에선 양세찬과 더불어 <웃찾사>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용진이 유재석, 지석진 등과 더불어 선배 기수 개그맨으로 나서 상황극에 적극 동참했다. 또한 각종 게임을 펼치기 위한 4대 4 인적 구성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도 맡았다. 송지효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출연진들이 대거 등장한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편에선 단골 게스트 하도권이 이번에도 '능력자' 김종국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또 한번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뿐만 아니라 배우 한채영, 가수 겸 예능인 허영지가 나선 '쾌걸 남녀 바캉스' 편은 초대손님의 독특한 유머 코드와 예능감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서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빈 자리를 억지로 메우지 않고 <런닝맨>은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유지해 나간다. 

늘 뛰어다닐 순 없지만... 재치·입담 만큼은 그대로
 
 SBS <런닝맨>의 한 장면
ⓒ SBS
 
<런닝맨> 멤버들도 어느새 대부분 40~50대에 접어든 만큼, 과거처럼 건물 속을 쉴 틈 없이 뛰어다니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웃음을 전달할 수 있는 건 녹슬지 않는 그들의 재치와 입담 덕분이다.  

흰 머리 감추기 위해 뿌린 흑채로도 좌중을 웃게 만드는 지석진과 뻔뻔함으로 똘똘 뭉친 하하, 전소민, 양세찬 등이 제 역할을 다해주며 7명은 끈끈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간다. 여기에 제작진은 밧줄타기, 밀가루 담기 등 온갖 게임을 접목시켜, 더 이상 뛰지 못하는 그들의 약점을 차곡차곡 메워준다.

각자 지닌 캐릭터와 돌발 상황에 딱 들어맞는 제작진의 기발한 자막 활용까지 더해지며 <런닝맨>은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 받는다.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면서 때론 게임 없이 근황 토크 만으로도 장시간 내용을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그들이 있기에 일요일 오후의 즐거움이 활실하게 보장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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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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