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 잃은 한미연합훈련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10일 북한이 한미 양국을 싸잡아 강력히 비판했다. 정부는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훈련 규모를 크게 축소했지만 결국 남북 긴장감을 낮추지는 못하게 됐다. 반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해 훈련을 강행한 것이지만, 이 역시 규모 축소로 여의치 않다.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형국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김 부부장은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해 담화 내용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뜻임을 전했다.

그는 한미가 훈련 규모를 축소한 것을 두고도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우리에 대한 선제 타격을 골자로 하는 전쟁 시연회, 핵전쟁 예비 연습이라는 데 이번 합동군사연습의 침략적 성격이 있다"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또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 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는 이날부터 13일까지 각종 국지도발과 테러 등의 상황을 가정한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실시한다. 16∼26일로 예정된 본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은 방어(1부)와 반격(2부)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연습(CPX)으로 진행된다. 본훈련은 전쟁 발발 상황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전작권을 가진 폴 러캐머라 한미 연합사령관이 주관한다. 김승겸 한미 연합사령부 부사령관(대장)도 1부와 2부 때 각각 하루씩 사령관을 맡아 연합군을 지휘하며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예행연습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인력 규모를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져 전작권을 행사할 미래연합사령부의 FOC 검증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추가로 설명할 만한 활동은 없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