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잘 먹자"던 가수의 코로나 시대 위로법
[신필규 기자]
인간답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일단 살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미래가 불투명하고 다수의 삶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인생이 고생으로 가득한데 더 이상 기대할 것도 희망할 것도 없다면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어찌 들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마음이 기댈 곳을 찾고 삶과 부대껴보겠다는 용기를 가져야만 생존도 가능하다. 살아남는 건 훌륭하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저 살아만 있는 게 잘 사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인간다운 삶에는 아무리 작고 소소할지라도 행복과 만족이 있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잘 먹고 힘들 때는 쉬고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세 가지 모두 쉽지 않다. 앞서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작은 행복들을 미룬다. 바쁜 일상 속에서 손에 집히는 걸 먹고 휴식을 미루고 계속 일을 한다. 미래가 불안하니까 분투하길 반복한다. 그러니 잘 먹고 잘 쉬는 것도 마음을 담대하게 먹고 두려움을 뒤로할 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 미미시스터즈가 신곡 <우리, 수다떨자>를 선보였다. |
ⓒ 미미시스터즈 |
잘 살고, 잘 먹는 것의 다음은 '소통'
'우리, 다 해먹자' 이후 2년 만에 미미 시스터즈가 세 번째 위로 캠페인 노래를 들고 찾아왔다. 행복 앞에서 주저하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미미 시스터즈가 제시하는 다음의 단계는 무엇일까. 바로 소통이다. 미미 시스터즈의 신곡 '우리, 수다떨자'는 제목처럼 밤을 새워 아침까지, 목쉬도록 수다를 떨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잘 살고, 잘 먹는 것 다음은 무엇일까 사실 궁금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예상한 여러 답안지 중에 수다는 없었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또 다른 자급자족 대책을 이들이 제시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내가 생각하지 못했을 뿐 미미 시스터즈의 세 번째 제안은 아주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고루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들 중 하나이지 않은가. 아무리 잘 살고, 잘 먹고 잘 쉰다고 해도 이걸 나누지 못하는 삶은 고독하다. 관계는 내 삶을 다채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필수요소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성과와 효율이 강조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어떤 영역에서나 성공하기를 바란다.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실패한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관계란 서로 다른 개인이 만나 형성하는 것이니 죽을 때까지 손발이 척척 맞는 사이란 거의 없다.
각자 존재하면 멀쩡한 개인들이 최악의 궁합을 형성하는 건 다반사다.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면 이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다.
건강한 관계 맺기를 위한 미미 시스터즈의 조언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부담이지만 외롭게 남겨지기는 싫은 시대, 계속해서 사람을 재고 익숙한 고독 속에 있는 것만이 유일한 결론일까. '우리, 소통하자'는 그런 시대에 필요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따스한 조언이다.
가령 이 노래는 '같이 있고 싶을 땐 하염없이 같이'있지만 '떠나고 싶을 때는 인사없이' 떠나는 관계를 맺어보라고 이야기한다. 이건 좋은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잘 맞는 사람도 24시간을 함께 있으면 힘들 수 있다. 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제때 회복해야 안 맞는 부분이 있는 사람과도 오래 볼 수 있다. 그러니 같이 있고 싶을 때는 하염없이 함께해도 떠나고 싶을 때는 인사 없이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떨어짐이 멀어짐이 아니라는 믿음이자 혼자일 때도 함께일 수 있다는 신뢰의 표시다.
또한 '우리, 소통하자'는 모든 게 잘 통하고 잘 맞는 사이만이 좋은 관계는 아님을 알려주기도 한다. 노래의 가사처럼 '우린 좀 다르지만 틀리진 않'고 그렇기에 '너와 나 색깔 모아 무지개'처럼 서로 어우러질 수 있다.
개인적인 사연을 전하자면 가령 나는 불편한 이야기는 굉장히 완곡하게 전하는 편인데 그러다 아주 직설적으로 내가 처한 문제를 집어내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조금 불편했지만 이것이 그 친구가 가진 고유의 성격이라고 인정해버렸다. 그리고 그 친구 그 덕에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일의 아주 쉬운 해결책을 찾은 적도 있었다.
상대방의 다른 성격이 나의 단점을 보완했던 경우인 셈이다. 그러니 공통점, 동질감만을 관계의 우선순위에 놓지 않고 당장은 어색한 만남도 조금씩 수용해보는 건 어떨까. 그게 관계의 묘미가 아닐까. 나는 '우리, 소통하자'를 통해 부딪힘이 없는 관계만이 건강한 관계는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통찰을 전달받고 나면 관계 맺기에 대한 두려움도 불식되기 마련이다.
'우리, 소통하자', 코로나 시대에 가장 알맞는 위로
마지막으로 '우리, 소통하자'는 코로나 시대에 알맞은 위로의 노래라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외국으로든 다른 지역으로든 이동이 제한되고 지양되는 요즘,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한 곳을 떠나 다른 공간에서 그곳의 음식을 먹고 풍경을 감상하고 생활해 보는 것은 사실 다른 삶의 흔적들을 만나는 것과도 같다. 그 공간은 또한 사람이 만들고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만나 소통하는 것도 여행일 수 있지 않을까. 노래의 가사처럼 '사람을 여행'하는 것이다. 그게 공간을 이동하는 여행만큼의 만족감을 줄 수 있겠냐고? 글쎄 나는 이 가사로 답을 하고 싶다.
"생각보다 우린 흥미로운 사람들"
그리고 소통이 꼭 대면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소통하자' 뮤직비디오의 클라이막스에서처럼 온라인 영상 채널이라는 방법도 있고 음성으로만 모이는 매체도 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오래 연락이 닿지 않아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친구에게 전화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미 시스터즈는 위로 캠페인을 통해 잘 살고, 잘 먹고, 잘 소통하자고 노래한다. 즉 생존·감정의 건강·여가와 휴식을 누릴 여유·건강한 관계망 형성까지 미미 시스터즈가 노래한 모든 것들은 인권의 차원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활동가를 업으로 하는 내게 미미 시스터즈는 멋진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권 활동가 동료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미미 시스터즈의 다음 곡이 기대가 됨과 동시에 이들의 위로가 특별하고 더욱 깊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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