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 한국야구, 그래도 멈출 순 없다
[양형석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서 6개 참가국 중 4위를 기록하며 빈손으로 돌아온 한국야구가 10일부터 곧바로 KBO리그 일정을 재개한다. 사실 현재 KBO리그는 현재 정상적으로 리그를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의 거리두기가 수도권 4단계로 상향되면서 전반기 일정을 끝내지 못한 채 리그가 중단됐고 일부 선수들의 도덕불감증이 가져온 음주파문 등으로 각 팀이 정상적인 전력을 꾸리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조기중단으로 전반기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리그를 또 미루는 것은 더욱 힘들다. 자칫 리그 재개를 더 미뤘다가는 정규리그를 완주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이미 후반기 연장전을 치르지 않고 포스트시즌 역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3전2선승세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올림픽 부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악재가 있지만 리그 재개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KBO리그 각 구단은 후반기를 앞두고 새 외국인 선수의 영입과 크고 작은 트레이드를 통해 휴식기 동안 전력을 보강했다. 물론 전반기에 있었던 각종 사건과 스캔들로 인해 주력 선수들이 징계를 받으면서 전력에 구멍이 뚫린 팀도 있다. 팀 별로 적게는 64경기, 많게는 70경기 정도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과연 후반기 약진을 통해 정규리그 우승과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는 팀은 어디일까.
▲ 사진은 원정 숙소에서 벌인 외부인 여성들과의 술자리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NC 박석민(왼쪽부터),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
ⓒ 연합뉴스 |
후반기를 앞두고 전력 손실이 가장 큰 팀은 바로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다(물론 피해가 크다고 동정을 해주거나 정상참작을 해줄 사안들은 아니다). 전반기를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인 5위(37승2무35패)로 마무리한 NC는 지난 7월 초에 있었던 '원정숙소 방역수칙 위반사건'에 1군 선수가 무려 4명이나 연루됐다. 이로 인해 테이블세터 박민우와 이명기를 비롯해 박석민, 권희동이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사실상 시즌아웃을 당했다.
붙박이 1군 선수 4명의 이탈만 해도 치명적인 악재지만 NC는 올림픽 기간을 통해 신경 쓰이는 불안요소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팀의 주장이자 4번타자 양의지가 올림픽에서 삼진 8개를 당하며 22타수3안타(타율 .136)로 최악의 부진에 빠진 것이다. 올림픽을 통해 일부 야구팬들로부터 '내수용 강타자'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양의지가 '올림픽쇼크'를 빨리 극복하지 못하면 NC의 후반기는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NC 못지 않게 큰 전력손실을 경험한 구단은 바로 주력 선발투수 2명을 잃은 키움 히어로즈다. 키움은 선발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이 원정기간에 숙소를 이탈해 서울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가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현희는 구단으로부터 15경기 출장정지가 추가됐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마저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키움은 순식간에 선발 투수 3명이 이탈하게 됐다.
키움은 선발투수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난 7월 27일 LG트윈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선발투수 정찬헌을 영입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운전을 자진신고하면서 결장 및 징계가 불가피해졌다. LG로 떠난 서건창의 자리를 메울 새 2루수를 구해야 하는 키움이 올 시즌 69경기에서 타율 .296 홈런42타점34득점을 기록하던 송우현의 이탈에도 대비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몇몇 구단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며 야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와중에도 투명한 신고 및 조치로 모범이 됐던 KIA 타이거즈에서도 9일 뜻하지 않은 대형 악재가 터졌다. 바로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가 해외직구로 구입한 전자담배에서 대마 성분이 검출되며 전격 퇴출된 것. 루키 이의리가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후반기를 기대했던 KIA는 외국인 에이스 없이 후반기를 보낼 위기에 처했다.
▲ 지난 7월 27일 트레이드로 프로야구 LG트윈스에 합류한 서건창이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 LG트윈스 제공 |
반면에 올림픽 휴식기 동안 이렇다 할 전력손실이 없는 팀들은 후반기 도약을 노리고 있다. 대표적인 팀이 바로 LG다. 선두 kt 위즈에게 2경기 뒤진 2위(43승32패)로 전반기를 마감한 LG는 올림픽 기간 중 키움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팀의 약점으로 꼽히던 2루 포지션에 '서교수' 서건창을 영입했다. 물론 반대급부로 정찬헌이라는 준수한 선발투수를 내줬지만 LG에는 여전히 이민호, 차우찬, 임찬규, 이상영 등 준수한 토종 선발 자원들이 즐비하다.
LG가 후반기 기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바로 작년 홈런 2위 로베르토스 라모스를 포기하며 영입한 새 외국인타자 저스틴 보어다. 빅리그에서 6년 간 활약하며 통산 92홈런303타점을 기록한 보어는 빅리그에서 3번이나 20홈런 시즌을 만들었던 검증된 거포다. 최근 두 시즌 동안 빅리그 출전 경험이 없다는 게 불안요소지만 보어는 분명 역대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 중 손 꼽히는 경력을 가진 선수임에 분명하다.
작년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올해는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는 kt 역시 쏠쏠한 전력보강을 통해 후반기를 준비했다. kt는 지난 6월 26일 아쉬운 활약을 보이던 외국인타자 조일로 알몬테를 퇴출하고 한화 이글스에서 두 시즌 반 동안 활약했던 외야수 제라드 호잉을 영입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자가격리를 하며 개인훈련을 병행한 호잉은 곧바로 1군 경기에 투입될 수 있을 만큼 몸을 만들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 kt는 지난 7월 31일 강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유망주 이강준을 내주고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포수 김준태와 내야수 오윤석을 받아오는 1: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김준태와 오윤석은 당장 kt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백업요원으로서는 충분히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이강철 감독이 후반기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이 밖에 전반기를 4위(42승2무36패)로 마친 SSG랜더스는 빅리그 시절부터 후반기에 더욱 강했던 추신수의 폭발과 새 외국인 투수 샘 가빌리오의 활약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반면에 전반기를 7위(36승38패)라는 실망스런 성적으로 마친 두산 베어스는 후반기에 특유의 승리 DNA가 폭발하지 않으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커녕 가을야구 진출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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