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14세 금메달 소녀 집앞" 24시간 죽치고 SNS 생중계

이민정 2021. 8.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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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중국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인 취안훙찬(14)이 5일 여자 10m 플랫폼 다이빙 결승에서 우승한 후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여자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취안훙찬(全紅嬋·14)이 현지 소셜미디어(SNS) 인플루언서의 도 넘은 취재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신화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시 취안훙찬의 집 앞은 며칠째 언론 취재진과 인플루언서, 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취안훙찬은 지난 5일 도쿄올림픽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신인 선수다. 올해 14살로 이번 올림픽이 첫 국제대회지만, 압도적으로 실력을 뽐내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차 시기부터 줄곧 1위를 지킨 그는 이번 대회 중국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한 중국 SNS 인플루언서가 "금메달을 목에 건 14세 어린 선수의 집을 구경해볼게요"라며 온라인 생중계를 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무엇보다 엄마의 치료비를 위해 다이빙을 시작했다는 사연이 그를 빛나게 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엄마가 병에 걸렸다. 돈을 많이 벌어서 병을 치료해주고 싶다”는 그의 인터뷰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취안훙찬의 딱한 사연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음식과 특산물부터 놀이공원 티켓까지 온갖 선물을 보냈고, 일부 부자들은 집과 차도 사주겠다고 나섰다. 한 기업 CEO는 취안훙찬의 아버지에게 현금 20만 위안(약 3500만 원)을 보냈다. 다만 아버지는 “딸의 영예를 돈에 팔 수 없다”며 고가의 선물을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의 집 앞에는 팬과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그의 가족들도 감사 인사를 건네며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매일 수백명이 몰려들면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졌다.

취안훙찬의 광둥성 집 앞은 SNS인플루언서와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화망 캡처]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온라인 생중계를 한다며 폭우 속에서도 24시간 내내 그의 집 앞을 찍어댔고, 취안훙찬 집 앞마당의 나무 열매를 기념품으로 따가겠다며 무단 침입하는 이들도 생겼다. 가족들에게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기념사진을 찍어달라 하기도 했다.

인파에 시달리는 건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웃들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야 했고, 밤새 웅성대는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취안훙찬의 아버지가 나서서 “제발 조용히 해 달라. 우리의 입장도 이해를 해달라. 이틀간 잠을 자지 못했다”고 호소했지만, 그의 집 앞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남아있는 상태다. 결국 취안훙찬의 마을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경비 인력을 배치했고, 임시 방역소도 설치했다.

취안훙찬(14)의 집 앞에 몰려든 구경꾼들이 폭우가 쏟아지자 우산을 쓰고 구경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취안훙찬 집 앞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과 중국 언론에서는 과도한 취재 경쟁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런 현상이 온라인 미디어 시장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취안훙찬이 아직 10대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미디어의 과열된 경쟁에 희생양이 아닌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신문망은 이날 칼럼에서 “취안훙찬은 모든 사람의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조회수를 쫓는 난잡한 경쟁에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미성년자의 순수함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관찰자망도 “미디어는 사회의 공공질서와 공공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면서 취안훙찬은 앞으로 다이버로 헤쳐나갈 길이 많다”며 “어린 선수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그와 가족들을 방해하지 않고, 모른 척 해주는 게 최고의 지지”라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장민순 리서처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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