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선수 '망명' 부른 벨라루스 대통령 "조만간 퇴임할 것"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벨라루스 선수가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귀국을 거부하고 망명을 신청한 가운데, 이 같은 촌극의 원인을 제공한 벨라루스 대통령이 조만간 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9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66)은 이날 대선 1주년 기념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후계자에 대한 질문에 "내가 퍼렇게 변한(아주 늙은) 손가락으로 권좌를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임이 올 것이다. 아주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도 "루카셴코가 언제 떠날지를 추측하지는 말라"고 덧붙였다. 그는 후계자에 대해서는 "나의 좋은 친구이자 형인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언젠가 한 것처럼 대답하고 싶다"며 "'벨라루스 국민이 선택하는 자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원칙적으로 답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직접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며 "누군가를 내세워 밀지도 않겠다"고 했다. 또 "현재 대통령으로까지 성장할 만한 후보가 15~20명 정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에 집중돼있는 권한을 의회와 총리에 나누기 위한 개헌투표를 내년 2월 전에는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내년 초 개헌 국민투표 이후 대선을 치르고 물러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994년부터 30년 가까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 오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선에선 주요 경쟁자들을 제거한 뒤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루카셴코 정권의 부정투표와 개표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대규모 시위가 몇 달간 이어졌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강경 진압으로 맞서며 3만5000명 넘게 잡아들였고, 정국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앞서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벨라루스 육상대표팀의 단거리 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는 귀국을 거부한 채 폴란드에 망명 신청을 했다. 그가 대통령선거 재선거와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적이 있는데, 귀국 시 정치적 박해를 받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지난 2일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에 의해 강제로 귀국 항공편에 태워질 뻔했지만, 공항에서 "벨라루스로 귀국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도쿄올림픽위원회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틀 뒤 폴란드로 망명 신청을 했고, 폴란드 정부는 그에게 인도주의적 비자를 발급해줬다. 그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로 피신해있던 남편과도 재회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날 벨라루스 정권을 비롯해 벨라루스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AFP통신 등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루카셴코 정권의 인권탄압과 부패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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