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조기 입당..김빠진 국민의힘 경선

2021. 8. 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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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윤석열 예비 대선 후보가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입당 이후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후보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7월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2.3%로 전주보다 5.4%포인트 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포인트 오른 27.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포인트 내린 16%,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3%포인트 떨어진 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조사 결과가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고 이낙연 전 대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했다. 그런데 해당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5.4%로 전주 대비 오히려 2.5%포인트 상승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2.5%포인트 하락한 31.9%, 국민의힘은 1.6%포인트 상승한 34.9%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보다는 민주당 지지율과 후보들 지지율이 연관돼 있는 모습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7월 26∼30일 전국 18세 이상 2525명을 대상으로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자.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4.1%로 전주 대비 0.6%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1.5%포인트 상승해 35.2%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1.5%포인트 하락해 33.6%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두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점, 민주당 지지율 하락 추세,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 추세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이 상승세를 탄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전 총장 입당일 것이다. 윤 전 총장 입당으로 국민의힘은 명실상부 야권의 대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야권 = 국민의힘’이 된 것이다.

야권 내부에서 국민의힘 위상이 높아지면 곤혹스러워지는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양당 통합 협상 관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대표에게 시한을 통보한 것만 봐도 국민의힘의 달라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 안철수 대표가 필요했던 이유가 있다.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이 제1야당의 중도적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국민의힘이 야권 대선 후보 집합체가 된 상황에서는, 이런 필요성이 많이 줄어든다. 반문 입장을 가진 중도 유권자의 선택도 이제는 국민의힘 한 곳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지만, 종합해보면 안 대표는 현재 상당히 어려운 입장이다. 안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처럼 외부에서 버티고 있다 제1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했을 테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의 전제 조건은 안철수 대표 지지율이 어느 정도 높게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대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도, 당시 안 대표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안 대표 지지율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KSOI 여론조사를 보면 2.2%였다. 지금 대선 후보로서의 안 대표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으니, 독자 노선을 고수하다 11월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려 해도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지 미지수다. 결국 안 대표 지지율이 10% 정도는 나와야 통합이든 독자 노선 고수든 다양한 시나리오 성립이 가능하다. 당연히 안 대표는 어떻게든 지지율을 올리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국민의힘이 명실상부 야권의 대선 플랫폼이 됐다고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윤 전 총장이 조기에 입당함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후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최 전 원장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 입당이 늦어질수록 국민의힘 지지자를 자신 쪽으로 규합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갑자기 입당을 해버리니, 야당 지지자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시간을 박탈당한 셈이 됐다.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야권 지지자들이 윤 전 총장에게 몰려갈 가능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이 유권자에게 줬던 불안한 이미지를 입당을 통해 제거한 덕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재형 전 원장이 다시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보다 선명성 있는 대여 투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최 전 원장이 선명성 있는 대여 투쟁, 대정권 투쟁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윤 전 총장과의 대비 효과를 위해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생명이 위협받고,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파탄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보다 강한 지도자를 선호하게 된다. 최 전 원장은 아직까지 그다지 강한 이미지를 주지는 못한다. 최 전 원장은 모든 것을 짊어질 수 있다는 강한 이미지를 유권자 마음에 심는 것이 절실하다.

물론 여기에 국민의힘 역할도 중요하다. 국민의힘이 역할을 해줘야 하는 이유는 최 전 원장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민주당은 유력 후보가 둘 이상인 데 반해,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다. 민주당처럼 친문과 비문 대결 구도로 점철되는 경우, 아무리 1:1 가상 대결 여론조사라 해도 친문 성향 지지자가 비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반대로 비문 지지자가 친문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선택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론조사상 1:1 가상 대결에서 야당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선거에서 실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실제 선거에서는 친문이든 비문이든 민주당 지지자는 최종적으로 후보가 된 인물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1이 2는 안 되더라도 1.5는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야당도 복수의 유력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입당으로 이것이 어려워졌다. 입당 시기가 두 주일 정도만 늦춰졌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테다. 더구나 한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경우, 이는 경선 흥행 면에서도 그리 좋지 않다. 그렇기에 현재의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당 지도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분명한 점은, 이번 대선은 여야 1:1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는 점이다. 대통령제 아래에서 제3지대는 설 땅이 마땅치 않다. 이뿐 아니라 3지대 후보가 대선을 완주한다 해도 당선권에 들기는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사회가 양분된 상황에서는 3지대가 들어설 입지가 더욱 협소하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대선은, 현재 양분화된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1호 (2021.08.11~2021.08.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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