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룬 박인비, 결코 가볍지 않았던 올림피언의 무게

김철오 2021. 8. 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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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공동 23위.. 2연패 불발
박인비가 7일 일본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비(33)는 여자골프에서 5대 메이저 트로피와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수확한 유일의 선수다.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랭킹 1위인 넬리 코다(미국)도 메이저 트로피를 하나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여자골프에서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 타이틀 보유자는 여전히 박인비뿐이다.

2016년은 박인비의 해였다.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박인비는 그해 8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은 단순한 승자의 증표를 넘어 이 종목의 올림픽 역사를 통틀어 2개뿐이던 희소성을 가진 ‘세기의 훈장’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1900 파리올림픽 이후 116년 만에 여자골프를 개최한 대회였다. 1904 세인트루이스올림픽에선 남자골프만 열렸다. 골프는 그 이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남·여 부문 모두 부활했다.

박인비에게 그해 유독 겹경사가 겹쳤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에 사상 2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명예의 전당 입회를 위해 필요한 점수를 이미 2015년에 충족했고, 다른 조건인 ‘10년의 선수 생활’을 2016년에 완수했다. 이미 5년 전에 골프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했던 셈이다.

이런 박인비에게 두 번이나 짊어진 올림피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박인비는 이제 올림픽 국가대표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박인비는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파71·6648야드)에서 끝난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줄이고 최종 합계 5언더파 279타를 적어냈다. 5년 전 가장 높은 곳에 올랐던 올림픽 리더보드에서 이번에는 공동 23위에 머물렀다. 박인비의 업적과 기량을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인비의 올림픽 2연패는 불발됐다.

골프에서 안 풀리는 이유는 한두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다. 박인비는 도쿄올림픽에서 그 이유를 “수백만 개”라고 했다. 1라운드 첫 홀에서 티오프할 때까지 쌓아온 실력, 이를 뒷받침하는 훈련의 양, 경기 당일 몸 상태, 필드 적응과 같은 이유들이 샷과 퍼트를 좌우한다. 도쿄올림픽에선 선수들을 사흘간 불볕더위로 몰아넣고 마지막 하루를 태풍 목전에서 경기하게 만든 개최지의 기후도 판세를 좌우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한국 선수들은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그린을 완전하게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한국 선수들이 라운드를 마칠 때마다 “그린이 보이는 것과 조금 다르다”고 할 정도였다. LPGA 투어 정상급인 한국 선수들의 퍼트는 도쿄올림픽에서 유독 홀컵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박인비는 “그것도 실력”이라며 그린을 탓하지 않았다.

박인비가 2016년 8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박인비는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뉴시스

아쉽지만 그렇게 끝났다. 박인비는 도쿄올림픽 기간 내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사실상 올림픽 2연패 가능성이 희박해진 지난 6일 3라운드를 마치고서는 “파리올림픽까지 남은 3년의 시간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곳까지 온 5년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 같다.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18개 홀을 완주한 뒤에도 “다음 올림픽은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코다가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올림픽 여자골프의 패권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남자부의 잰더 셔플리까지 도쿄올림픽 골프에 걸린 2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날 여자골프 은메달은 일본의 이나미 모네, 동메달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에게 돌아갔다. 한국 선수 중에선 고진영과 김세영이 공동 9위에 올라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효주는 공동 15위로 완주했다.

도쿄=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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