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이 식인 메뚜기를 사육한 끔찍한 이유

김준모 2021. 8. 7. 10: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메뚜기 떼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식량위기를 만드는 주범이다.

 가장 처연한 장면은 메뚜기 떼에 자신의 몸을 모두 줘 버리는 버지니아의 모습이다.

메뚜기 떼의 공포에서 벗어난다 한들, 과연 버지니아와 그 가족 앞에 평화와 안식이 기다리고 있을까.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영화 <더 스웜>

[김준모 기자]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더 스웜> 포스터
ⓒ arte
 
메뚜기는 떼로 몰려다니며 농가를 습격한다. 전 세계적으로 메뚜기 떼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식량위기를 만드는 주범이다. 시각을 바꿔보자. 지구에게 '메뚜기 떼'는 누구일까. 바로 인간이다. 지구가 지닌 온갖 자원을 가져가는 건 물론 파괴하기에 이른다. <더 스웜>은 시각적인 공포는 육식(식인) 메뚜기를 통해 보여주지만, 심리적인 공포는 인간을 통해 보여준다. 

싱글맘 버지니아는 식용 메뚜기를 키운다. 이걸로 돈을 벌어서 딸 로라와 아들 가스톤을 먹여 살려야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식용 메뚜기는 대중화되지 않았기에 팔리지 않는다. 여기에 메뚜기들이 서로 짝짓기를 하지 않으면서 오리 사료로 공급할 만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 친구 카림의 도움을 거절할 만큼 자존심이 있지만 경제적 상황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점점 심리적인 압박을 겪는다.  

어느 날 메뚜기 온실에서 넘어진 버지니아는 그때 자신이 흘린 피를 먹은 메뚜기들이 더 실해지고 번식에도 적극적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실험을 위해 직접 팔에 난 상처를 메뚜기들에게 들이대는 버지니아. 그렇게 '육식 메뚜기'를 만들어낸 그녀는 온실을 점점 더 넓히며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돈을 주고 피를 사는 일이 어려워지자 피를 얻기 위해 직접 동물을 죽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더 스웜> 스틸컷
ⓒ arte
 
버지니아를 극단적인 환경으로 내몬 건 같은 인간이다. 같은 소수자이기에 손을 내밀어 주는 아랍계인 카림을 제외하고는 버지니아에게 온정의 손을 내미는 인물은 없다. 대신 차가운 시선을 보낼 뿐이다. 버지니아의 식용 메뚜기를 조롱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이 때문에 로라가 학교에서 무시당한다는 사실은 버지니아에게 심리적인 압력을 가한다. 이런 버지니아의 심리는 공포영화 <바바둑>의 아멜리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심리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영화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아멜리아가 과행행동 장애가 있는 아들 사무엘과 단 둘이 살던 중, 아들이 아빠의 창고에서 발견한 그림책 '바바둑'의 악령이 실제로 나타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서 악령 '바바둑'은 아멜리아가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이 만들어낸 공포다. 남편의 부재와 과행행동 장애를 지닌 아들을 홀로 키워내야만 하는 불안이 악령을 불러온 것이다.  

육식 메뚜기는 '바바둑'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버지니아의 심리적 공포는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홀로 식용 메뚜기 사료를 나르며 주변에서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심지어 가족에게도) 버지니아이기에 모든 걸 바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스웜> 스틸컷
ⓒ arte
 
가장 처연한 장면은 메뚜기 떼에 자신의 몸을 모두 줘 버리는 버지니아의 모습이다. 몸이 안 좋은 버지니아가 걱정되어 메뚜기 온실을 향한 로라는 머리만 보호한 채 온몸을 메뚜기가 뜯어먹게 내버려 두는 버지니아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앞서 언급한 <바바둑>을 비롯해 <로우>, <스왈로우>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심리공포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 색다른 공포를 선사한다. 여기에 완전히 홀로 무게감을 견뎌내야 하는 버지니아의 모습은 불쾌한 분위기마저 형성한다.   

이는 <엑스텐션>, <마터스> 등 프랑스 호러가 선보여 온 분위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시각적인 공포는 잔상이 남는다 하더라도 잊히지만, 심리적인 공포는 그 불쾌함으로 기분 나쁜 여운을 남긴다. 메뚜기 떼의 공포에서 벗어난다 한들, 과연 버지니아와 그 가족 앞에 평화와 안식이 기다리고 있을까. 마음이 더 무거운 이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