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학대 피해부모 "담당 공무원이 원장에게 외부 상 청탁"

천금주 2021. 8. 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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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등 원생들에 대한 상습 학대가 확인된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 담당 부서의 간부가 학대 의혹이 불거지기 이전에 당시 이 어린이집 원장에게 외부 포상과 관련한 부탁을 하고 원장으로부터 선물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아동 학부모 모임은 지난해 8월쯤 인천 서구청 어린이집 담당 부서장이었던 A씨가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당시 원장인 B씨에게 전화해 포상과 관련한 청탁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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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장애아동 등 원생들에 대한 상습 학대가 확인된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 담당 부서의 간부가 학대 의혹이 불거지기 이전에 당시 이 어린이집 원장에게 외부 포상과 관련한 부탁을 하고 원장으로부터 선물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아동의 학부모들은 “둘 간의 관계가 친밀한 것으로 보여 상습적인 아동학대가 벌어진 어린이집에 대해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나 감독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피해 아동 학부모 모임은 지난해 8월쯤 인천 서구청 어린이집 담당 부서장이었던 A씨가 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당시 원장인 B씨에게 전화해 포상과 관련한 청탁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학부모 모임은 학대 어린이집과 관련한 피해 보상 청구 민사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자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A씨가 당시 통화에서 B씨에게 “인천시장과 잘 아는 사이라고 해서 부탁하려고 한다”며 “대통령상이 내려왔는데 인천에서는 보육 관계자 1명에게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장에게 자신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청탁했다. 그러자 B씨는 “시장과 직접 통화는 어렵고 비서실장과 친구”라며 “얘기해보겠다”고 답했다는 것이 학부모 모임의 설명이다. 또 A씨는 B씨가 제공한 선물을 자신의 딸을 통해서 받은 것으로 증거자료에 나타나 있다.

B씨는 A씨와 통화하면서 선물 전달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고, A씨는 자신의 딸과 선물 등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다가 통화 말미에 “예쁘게 쓰겠다”고 답했다. A씨는 B씨의 어린이집에서 상습적인 아동 학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해 12월 통화에서는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 관련 대응 방안 등을 이야기하고 “최대한 혐의없음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올해 1월 B씨와의 통화에서는 ‘자꾸 실망하게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A씨는 B씨가 어린이집 기자재 구매 비용으로 지급된 보조금 4800만원 중 상당 금액을 운영비 등으로 전용하고 기자재를 구매할 때는 3000만원 외상을 한 것을 확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아동 학부모 모임 측은 “증거자료에는 B씨를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며 “담당 부서의 간부와 원장이 친밀한 관계이다 보니 제대로 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에 관련 내용을 진정서로 제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선물은 스카프로 1만원 미만 수준이며 딸을 통해 돌려주려고 했으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상과 관련해 B씨와 통화한 적은 있으나 상을 받지는 못했다"며 "아동학대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일 때 통화 내용은 학대 행위가 경미한 줄 알고 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B씨는 청탁, 선물 등 A씨와의 통화 내용에 대해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B씨가 원장으로 있었던 해당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6명은 지난해 10월 30일부터 같은 해 12월 28일까지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단독 범행과 공동 범행을 합쳐 모두 263차례 폭행 등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아동 5명 가운데 4살 원생은 뇌 병변 중증 장애가 있었고 나머지 4명도 언어·발달 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앓았다. 언어·발달 장애가 있는 한 5살 원생은 2개월 동안 자신의 담임 교사로부터 모두 115차례나 학대를 당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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