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2002년 9월 이회창 53.3%, 노무현 9.8%

류정민 2021. 8.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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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3개월 앞두고 당선 가능성 5배 차이, 선거 예측조사 믿어도 될까
2002 월드컵 열풍 이후 급부상한 정몽준..대선레이스 혼돈 속으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의 대선 예측 결과는 어느 정도로 신뢰해야 할까. 가상 대결은 A후보와 B후보의 우열과 지지율 차이를 보여준다. 당선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특정 후보 지지여부와 무관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대선 예측 결과를 의미한다.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의견이 대다수 지역과 대다수 세대에서 나타난다면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특정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인식이 확산하면 실제 투표행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쪽은 더 신이 나서 투표장에 나서게 되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쪽은 투표 의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특정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물(주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결과물)이 실제 바닥 민심과 괴리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는 악몽 같은 상황,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종종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스포츠도 그렇지만 정치에서도 ‘승자’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실 관심도 별로 없다.

2002년 대선은 국민 경선 드라마의 주인공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결과물일까.

2002년 9월,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갤럽은 조선일보 의뢰를 받아 ‘대선후보 지지율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2002년 9월22일 전국 만 20세 이상 유권자 1054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이다.

당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님께서 누구를 지지하시는가와 상관없이 이번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이한동씨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이었다.

결과는 특정 후보의 일방적인 우위였다.

이회창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53.3%에 달했고, 정몽준 후보 14.4%, 노무현 후보 9.8%로 조사됐다. 노무현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믿었던 이가 5배를 넘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차이가 있었다. 서울에서는 이회창 후보 당선을 예측한 이가 56.7%에 달했고, 40대에서는 57.3%에 이르렀다. 20대 역시 56.3%가 이회창 후보 당선을 예측했다.

노무현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은 지역과 세대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얘기다.

노무현 후보는 2002년 봄 국민경선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였다. 하지만 2002년 6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열풍 이후 정몽준 후보가 급부상했다.

한국갤럽의 9월 여론조사 결과 역시 노무현 후보보다 정몽준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이가 조금 더 많았다. 당시 ‘다자 간 대선 가상 대결’ 결과는 당선 예측조사와는 달랐지만 노무현 후보가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3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고, 노무현 후보는 10% 후반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대선 후보 지지율도 낮고 당선 가능성에서는 일방적으로 밀렸던 노무현 후보는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까지 ‘패배의 먹구름’에 시달렸다.

그러나 12월 대선에서의 최종 득표율은 노무현 후보 48.9%, 이회창 후보 46.6%로 집계됐다. 여론조사로 나타난 대중의 당선 가능성 예측과는 많이 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02년 대선은 여러 의미에서 연구 대상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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