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 '여초'업계 저평가

한성주 2021. 8. 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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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망테크]① 성별 따라 직종분리→임금격차

<편집자주>여성 노동자의 낙오가 가속화하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성차별적 노동시장의 고질병들이 두드러지면서다. 성별 직종분리는 임금격차를 심화시켰다. 임금 격차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야기했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수렴됐다. 일하는 여성들이 휘말리게 되는 ‘망테크’(망하는 길)를 따라가 봤다.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 ‘여초’업계 저평가

[여성노동 망테크]① 성별 따라 직종분리→임금격차

경력단절의 서막 “남편이 나보다 많이 버니까”
[여성노동 망테크]② 성별임금격차→경력단절 양산

“취준이 불맛이라면, 경단녀 취준은 핵불맛”
[여성노동 망테크]③ 경력단절→독박 가사노동·육아→“취준 틈 없어”

“경력·자격 불문, 선택지는 캐셔·돌봄노동·방문교사뿐”
[여성노동 망테크]④ 비정규직 일색·경력 무시→재취업 일자리 ‘질적 하락’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의사는 남성, 간호사는 여성이 많다. 대학 교수는 남성이 많지만, 초중고등학교 교사 성비는 여성이 압도적이다. 복지·교육·서비스업은 대표적인 여초(여성 초과) 분야로 꼽히는 반면, ‘남고-공대-군대 트리’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이공계는 남초(남성 초과) 분야다. 성별에 따른 직종분리 현상이 노동시장에 뚜렷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과 선입견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채용과정이나 조직 내 진급 및 승진 평가에서도 암묵적으로 성차별이 작용한다. 남성이 대부분인 직종의 종사자들은 남성과 일한 경험이 많고, 여성이 대부분인 직종의 종사자들은 여성과 일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지원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임원이 남성인 조직에서 여성이 임원을 맡기 어려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여성포화직종은 간호사다. 간호학과 졸업생의 남녀 성비는 2:8 수준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국내 대학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국의 6개 국립대학(강원대, 한국교통대, 경북대, 부산대, 전북대, 제주대) 간호학과의 지난해 졸업생 수 평균은 82.5명이다. 이 가운데 남성 졸업생 수의 평균은 14.6명, 여성 졸업생 수의 평균은 67.8명이다. 신입 간호사 10명 중 8.2명(82.1%)은 여성인 셈이다.

간호학과 졸업생의 남녀 성비를 뒤집으면 건축공학과 졸업생 성비가 된다. 건축업은 남성포화직종의 대표 격 분야다. 6개 국립대학의 건축공학과 졸업생 남녀 성비는 8:2 수준이다. 지난해 건축공학과 졸업생 수 평균은 38.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남성 졸업생은 평균 29.5명, 여성 졸업생은 평균 9.1명이다. 건축업계 신입사원 10명 중 7.6명(76.4%)가량은 남성이라는 의미다.

직종분리는 성별에 대한 편견을 강화했다. 여성이 대부분인 직종에 대해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됐다. 종사자들은 이런 프레임이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전통적 여성상을 강요하고 있으며, 전문성과 경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축소한다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양 모씨(27): “여성이 많기로 유명한 출판업계 2년 차 직장인입니다. ‘여자 동료들이 많아서 편하겠다’거나, ‘집안일로 바쁠 때 서로 이해를 잘해주는 분위기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해요. 여성이 반드시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돌봐야 한다고 전제해야 나올 수 있는 평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성이 많기로 유명한 업계를 보고 ‘남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라거나 ‘집안일 신경 쓰기 좋은 분위기’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적이 없거든요.”

한 모씨(28): “3년 차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여자에게 최고의 직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게 뭔지 단숨에 파악됩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친 후에도 안정적으로 일터에 복귀해 맞벌이를 하며 가정에 경제적으로 기여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의미죠. 같은 맥락으로 여성 초등교사들은 ‘1등 신붓감’과 ‘결혼시장 인기 직업’이라는 불쾌한 말도 자주 듣습니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물론, 초등교사를 단순히 아이들 돌보는 직업으로 여기는 무지함이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포화직종에 대한 저평가 현상이 고질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성별 직종분리와 임금격차’ 정책연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2009~2017년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성 비율이 높은 직종일수록 임금이 낮아지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직종 내 여성 비율이 10%P 높아지면 평균 임금은 1.48% 하락했다. 직종의 특성과 가치, 근로시간수준, 종사자의 교육연수·연령·경력이 같아도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에 비해 34% 낮았다. 즉, 여성포화직업은 단지 여성이 많이 종사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일정 수준 평가절하됐다.

문제는 단지 여성의 노동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치지 않았다. 성별 직종분리 현상이 성별 임금격차를 심화하는데… [여성노동 망테크]②에서 계속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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