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대차법이 풀어야할 숙제들
정부는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담은 임대차법을 시행했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2년인 임대차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 4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한 개념이다. 올 6월부터는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를 담은 전월세신고제까지 도입해 임대차3법을 완성시켰다.
그런데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16%로 지난해 8월 첫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도 전주보다 0.28% 올라 6년 3개월 만에 주간 상승률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만이 아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전용 30㎡ 이하 원룸(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주택) 평균 전세보증금은 1억6883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상승한 수치다.
전세의 월세화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지난해 8월부터 올 5월까지 10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13만6508건으로 이 중 34%가 반전세, 월세 거래였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 10개월 평균(28.1%)과 비교하면 6%p가량 늘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많아졌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동산 분쟁 상담 건수는 763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2585건)의 3배로 급증했다. 분쟁 조정 신청 건수도 상반기 16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6건)의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임대차법만의 부작용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집값 상승과 매물 부족 현상을 보자. 계약갱신청구권이 매물부족 현상을 초래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전월세 가격이 치솟은 가장 큰 이유는 집값 상승 영향이 크다. 그리고 그 집값 상승은 2020년 7월 말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있어왔다. 저금리 상황에서 갭투자와 대출이 전세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 임대차법은 많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100대 아파트의 올해 5월 임대차 갱신율은 77.7%으로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평균(57.2%)보다 20%p 높다. 갱신 계약의 임대료 인상률도 76.5%가 종전 대비 5% 이내였다. 집값이 급등해 전월세 가격이 따라 오를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임대차법이 세입자 부담을 덜어주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임대차법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정책이다. 앞서 말했듯 허술한 구조 탓에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특히 집주인 실거주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크다. 현재 임대인이 실거주할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제한 사유로 인정된다. 허위로 실거주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밝혀져도 처벌 조항은 없다. 실거주 기간에 관해서도 규정이 없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했을 경우 이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임대료를 올리고 싶은 집주인들이 악의적으로 실거주 명분으로 임차인을 내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나타나는 이중가격 문제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이중가격은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사이 가격차가 벌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예컨대 서울의 한 아파트가 전세 14억원에 거래됐다. 사흘 전 같은 단지와 면적의 매물이 7억450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 거의 같은 시기에 거래됐는데 보증금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을 갱신한 임대주택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8월 이후에는 집주인들이 전월세 가격을 대폭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반기부터 이같은 부작용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이라는 당초 법의 취지를 살리고, 현재 나타났거나 예정된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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