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시선]언자완박 4적(賊)

최민우 2021. 8. 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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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언론징벌법' 밀어붙이기
변곡점마다 여권 4인방이 총대
대통령은 이번에도 침묵하나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징벌법'이 일찍이 있었다면 MBC는 지난해 3월 '검언유착' 보도로 얼마를 토해내야 했을까. 돈이 아니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202일간 구속됐으니 5배 해당하는 1010일(약 2년 9개월)을 감방에 가야 하는 걸까. 간다면 누구? 취재 기자? 나온 보도가 여러 건이니 데스크나 보도국장? 다른 한가지, 2019년 10월 한겨레신문의 '윤석열 별장 접대' 오보엔 얼마만큼의 징벌액을 부과할 수 있을까.

이런 사례를 듣다 보면 보수 진영에서도 입맛을 다실지 모르겠다. 어차피 대선은 7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잘하면 보수가 정권을 잡을 수도 있으니 이 법 핑계로 눈엣가시 같은 언론사나 한번 망가뜨려 볼까 하고 말이다. 이게 권력과 언론의 속성이다. 여야 관계없다. 권력이라면 언론은 늘 불편하다. 최대한 통제하고 싶다. 그걸 못한 건 눈치가 보이고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다. 근데 지금 통과 직전인 '언론징벌법(언론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은 87년 체제 이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억압 수단이다. 주역은 다음 네 명이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 뉴스1

①이상직=신중하던 기류를 바꾼 건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었다. 그는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5월) 되기 전인 지난 2월 말 국회 문체위 소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여기 앉아 있는 분들(의원)이 가짜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의 사익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소극적으로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자꾸 왜곡하는 것은 용납 못 한다"는 말도 했다. 이때는 이 의원에 대한 각종 의혹 보도가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②김용민=민주당도 당초 규제 방향은 사각지대에 있던 유튜브나 1인 미디어였다. 관련 특위도 있었다. 하지만 5월말 미디어특위가 새로 꾸려지고 강성 친문인 김용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뉴미디어보다는 레거시 미디어로 선회했다. 쥴리를 폭로한 '열린공감 TV'가 나오는 등 유튜브 지형도 과거처럼 여권에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회의 첫날 "지금 당장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직접 법안도 발의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뉴스1

③김의겸=지난달 27일 법안 소위에선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4대2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특히 언론사 매출액을 손해액과 연동할 수 있지 않으냐는 의견이 나오자 김 의원은 회의에서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까지 하는 방법이 있다"며 구체적인 범위를 제시했고 이는 그대로 반영됐다. 취재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더 지독하다는 지적에 그는 페이스북에 "현장 기자의 언론 자유는 이 법 통과를 계기로 비로소 보장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④윤호중=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내주고 지지층의 문자폭탄이 쏟아지는 등 코너에 몰리자 윤호중 원내대표는 '언론징벌법'을 반전 카드로 삼았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도 했다.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으로 나름 고도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에 당하셔야 했던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했다.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에게 명품 시계를 받았고 이를 노 전 대통령이 망치로 깨버렸다"(유시민)고 하는데 또 언론을 핑계 삼았다.

한국 언론사에서 최악의 오보로는 2008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꼽힌다. 사실을 왜곡하는 등 의도성이 다분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가짜뉴스가 아니라서가 아니다. 대법원도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광우병 연관성 ^한국인 유전자형과 광우병에 걸릴 확률 등은 허위로 판단했다. 그렇지만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안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돼야 한다"며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인정했다"며 환영했다. 그런 민주당이 권력을 잡고는 이렇게 칼춤을 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코앞에 둔 2017년 4월 신문의 날을 맞아 대선 후보로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을 국민께 알리고 탄핵의 결정적 기여를 한 언론의 역할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무한경쟁과 속보경쟁에 내몰린 언론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권력과 자본의 언론에 대한 압박과 통제가 더 교묘해지고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묘해진 통제라니 소름 끼칠만한 자기 예언 아닌가. 늘 그렇듯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침묵하고 있다.

최민우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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