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67)] 산조 "날 위한 응원의 노래,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로이길"

박정선 2021. 8. 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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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두 번째 앨범 '환상' 발매
"이상과 현실의 균형 찾기 위한 과정"
ⓒ산조(SNAJO)

‘뫼 산’(山)에 ‘새 조’(鳥), 산새라는 의미의 ‘산조’(SANJO)는 지난해 11월 ‘이제는’을 시작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입버릇처럼 “이 (시골) 동네를 뜨자”던 친구와의 농담 섞인 진심은 결국 산조를 음악의 길로 이끌었다. 자신이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착한 곳이 바로 ‘음악’이었다.


산조는 첫 앨범에 이어 지난달 31일 두 번째 앨범 ‘환상’을 들고 대중을 만났다. 빠르지 않지만 자신 만의 속도로, 또 자신만의 이야기로 따뜻한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산조 자신을 위한 응원의 노래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을 땐 감정의 형태를 달리 해 그들에게도 위로를 안긴다. 음악의 힘, 산조의 음악이 가진 에너지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이죠.


첫 앨범 ‘이제는’ 발매 날, 잠시나마 기쁨과 뿌듯함을 만끽했어요. 이 곡 하나 내려고 마음먹기까지가 왜 이렇게 힘들었나 싶으면서도 앞으로 또 어떻게 다음 산을 넘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드디어 시작점을 찍었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잘 마무리 했습니다.


-데뷔하기까지 힘든 시기는 없었나요?


극도로 하강 곡선이었던 순간보다는 상승과 하강의 폭이 잦았던 것 같아요. 자신을 믿고 잘 나아가다가 어느 날은 한없이 제가 작아지고 의심스럽고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날이 자주 찾아왔죠. 그런 날은 일단 다 멈추고 좋아하는 것들을 합니다. 느끼는 감정은 바로바로 표현하고 혼자 울기도 했죠. 그렇게 조금 나아지면 저도 모르게 숨통을 조이고 있었던 부분이 있나 점검을 하고 그 극복의 과정을 메모하여 매뉴얼로 만들어 놓습니다. 저를 컨트롤하는 설명서인 셈이죠. 어떤 감정을 이겨내고 나면 어떻게 이겨냈는지 금방 잊혀지더라고요. 혼자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이 정도이고요, 저를 끝까지 믿어주는 가족들과 제가 사랑하는 친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또 그들이 직접 저에게 표현해주는 마음 덕에 지금껏 힘든 시기들을 잘 넘겨왔습니다.


ⓒ산조(SNAJO)

-지난달 31일 두 번째 앨범이 나왔죠. ‘환상’은 어떻게 만들게 된 앨범인가요?


언제부턴가 이제는 마냥 이상만 쫓을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건조하게 현실에만 매달리기는 싫었죠. 그래서 갈팡질팡하는 시기를 보냈는데 그 마음을 좀 잠재우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달래기 위해서 자신에게 하는 선언이나 응원 같은 것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뜻을 담아 이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높은 이상에서 현실로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어릴 때 단순하게 제가 음악가로 금방 성공 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성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른 직업을 가질 필요 없이 활발히 활동하는 아티스트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현실을 잘 몰라서 혹은 계속 피해 다녔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자신감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점점 무언가를 하나 마무리 짓는 것도 이렇게 힘에 부치고 자신을 돌보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 저 멀리 이상을 바라보고 있던 에너지를 아껴서 지금 내 앞에 주어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록곡 ‘환상’과 ‘스톰’엔 어떤 응원을 담았나요.


‘환상’은 마냥 좋게만 보였던 어떤 것들이나 상상, 그런 상황 또는 세상에서 빠져나와 저의 길을 묵묵히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1절은 환상 속에서 나오기 위해 했던 노력 그리고 그 이후를 잘 살아가기 위해 하는 내 행동이 벅차고 뿌듯한 결과를 가져다줄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2절은 그 후 점점 나아가 원하는 목적지, 목표에 다다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코러스(Chorus)에서는 환상에서 빠져나오는 그 순간의 기억을 회상합니다. 결국 환상 속에서는 나 자신을 찾을 수 없었다는 부분이 그걸 얘기해주죠.


‘스톰’은 인생에 찾아오는 시련을 폭풍우(Storm)에 비유했습니다. 비와 바람 천둥번개까지 치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내 꿈을 잃지 않고 보듬어서 잘 키워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어요. 반복되는 가사 ‘ready to find the sun’은 시련을 이겨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에는 ‘나’와 ‘너’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둘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안에 현실적인 저와 이상적인 저의 모습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어쨌든 그 둘은 전부 저의 모습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그 둘의 조화를 이뤄 제가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의도는 이렇지만, 곡을 들으시는 분들이 이해하셨던 방향, 또는 듣고자 하시는 방향으로 가사를 품어주시면 더 좋겠어요. 여러 사람의 경험에 빗대어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곡 설명이 마치 지루한 수업 시간처럼 되어버린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하하).


ⓒ산조(SANJO)

-리스너들이 이번 앨범의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들으면 좋을까요?


‘환상’은 가사가 나오는 부분이 모두 끝나고 기타 연주가 제2막을 열 듯이 시작하는 부분에 몰두하여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스톰’은 2절 코러스에 나오는 기타 솔로가 저에게는 뭔가 울부짖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요, 그 부분과 비가 쏟아지는 느낌을 표현한 아웃트로의 아르페지오 신스, 이 두 부분을 한 번 집중해서 들어보신다면 어떠실까 합니다. 제가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된다면 좋겠지만 각자의 감정에 맞춰서 곡을 즐겨주셨으면 해요.


-음악들이 몽환적이면서도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들으시는 분들이 곡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세계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처럼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래를 듣고 있는 그 순간이 온전히 감상자분들의 것이 될 수 있게, 곡의 주인공이 되셔서 그 가사에 각자의 이야기를 얹고 온몸으로 몰입하실 수 있게요. 그래서 가사를 직접적이라기보다 조금 뭉뚱그려서 써보려고 했고, 또 편곡할 때 기승전결을 넣으려고 애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계기로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루셨나요?


아직도 많이 비틀거리지만, 균형을 잡기 위한 첫 발걸음을 디뎠다고 생각합니다. 길고 긴 숙제가 될 것 같네요.


-혹시 또 다른 숙제들도 있나요? 어떤 고민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과 스스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거요. 이건 하루하루가 숙제가 되겠네요(웃음).


아무래도 지금 제가 겪는 감정과 경험들이 곡에 섞여서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하는 고민이라면 경제적인 것이 단연 일 등인 것 같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은 거의 취직을 하고 다들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미래를 위해 이제 그만 음악을 접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몰두해야 하나 싶어요. 몇 살까지 음악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자주 생각해보고요.


그리고 또 자주 하는 고민은 저의 발전에 대한 것이에요. 조바심이 많은 편이라 빨리 잘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악기 연습, 사운드에 대한 이해 같은 것들은 한 순간에 느는 게 아니니까요. 그 밖에는 환경, 인권 등에 대한 고민도 있고요.


ⓒ산조(SNAJO)

-첫 앨범을 낼 때와 지금, 달라진 점도 있나요?


달라진 점을 찾아보자면 제 음악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의심이 조금 줄고 자신감도 조금 생긴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산조는 어떤 음악들을 보여주고, 들려줄까요?


제가 제 안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드리고 싶고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힘이 되는 이야기나 희망적인 얘기도 많이 하고 싶지만 때로는 무언가를 날카롭게 꼬집는다거나 사람들이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야기도 담아서 노래로 만들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연주곡이나 전시에 쓰일 음악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롤모델도 있나요?


음악적으로는 정말 많지만 꼽아보자면 닉 하킴(Nick Hakim), 라디오헤드(Radiohead),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요. 음악에 다양한 것들을 담을 수 있고,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고 또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아티스트들이에요. 제가 이들의 음악을 듣고 느꼈던 황홀감이나 경이로움 같은 감정을 제 음악에도 담아내고 싶어요.


-앞으로 음악 활동을 하면서 지켜나가고자 하는 본인만의 신념이 있다면?


꾸준히 발전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으로써는 마음과 가치관이 잘 맞는 동료들을 만나 제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고 싶고 해외 무대에 꼭 서보고 싶어요. 제가 존경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공연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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