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위상 달라진 '노는 언니', 약점 뛰어넘은 인기 비결
[김상화 기자]
▲ E채널의 간판 예능 '노는 언니' |
ⓒ 티캐스트 |
E채널의 간판 예능 <노는 언니>가 방송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8월 4일 처음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노는 언니>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의 다양한 끼를 맘껏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예능이었다.
골프 영웅 박세리와 남현희(펜싱), 한유미(배구), 정유인(수영), 곽민정(피겨스케이팅) 등 고정급 멤버들을 중심으로 매주 다채로운 인물들이 가세해 운동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영역에 힘을 모아 도전하고 즐기는 무대가 마련되었다. 지난 3일엔 '1주년 단합대회' 편을 마련해, 프로그램을 빛내준 선수들을 한 자리에 초대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 지난 1년의 노고를 자축했다.
▲ 지난 3일 방영된 E채널 '노는 언니' 1주년 단합대회의 한 장면 |
ⓒ 티캐스트 |
케이블TV 채널은 많지만 사실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인기 채널은 몇 없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적, 물적 열세에 놓인 채널들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적어 재방송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렇다보니 시청률, 화제성 측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다반사였다.
<노는 언니>의 E채널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과거 <용감한 기자들>(2013~2017)같은 프로그램이 있긴 했지만 tvN, MBC에브리원 같은 대형 케이블 채널에 견줄만한 간판 예능으로 평가받진 못했다. 그렇기에 처음 <노는 언니>가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미미한 관심을 받았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박세리를 비롯한 전·현직 스포츠 선수들의 빼어난 예능감이 큰 힘을 발휘하면서 시청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단합대회 현장에서 직접 밝혔듯이 <노는 언니> 멤버들은 다른 프로그램에도 연달아 캐스팅 되고 광고를 찍는 등, 점점 더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 지난 3일 방영된 E채널 '노는 언니' 1주년 단합대회의 한 장면 |
ⓒ 티캐스트 |
여성 중심으로 출연자를 구성한 프로그램은 <노는 언니> 이외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중 상당수는 스튜디오 촬영을 기반으로 한 토크쇼 구성이었다. 반면 <노는 언니>는 과감하게 야외 무대를 마련하면서 출연진의 특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매주 다양한 종목에서 활약 중인 인물들을 초대하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시청자들에게도 이들을 소개하고, 다른 종목 선수들이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들어보고 체험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재미와 공감,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한다. 때론 일상 속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다채로운 놀거리도 마련해 흥겨운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육아를 병행하면서 뛰는 선수들, 비인기 종목의 설움, 부상, 소속팀의 해체로 갈 곳 잃은 사연 등 그들이 전해준 삶의 애환을 통해 <노는 언니>는 예능 그 이상의 역할도 담당해줬다. 출연진 상당수가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 선수, 지도자, 해설위원 등으로 나설 만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시간을 쪼개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노는 언니>는 그들에겐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 지난 3일 방영된 E채널 '노는 언니' 1주년 단합대회의 한 장면 |
ⓒ 티캐스트 |
단합대회 특집으로 꾸며진 1주년 기념 방송에서 출연자들은 노는 팀 vs. 언니 팀으로 나뉘어 모처럼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습관성 어깨 탈골 때문에 게임에 적극 동참하지 못했던 박세리는 후배들을 이끌고 흥겨운 식사를 마련하는 등,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그녀는 이렇게 회고한다.
"1년 동안 방송할 거라고 누구도 예상을 못했다. 참 세월이 빠르다. 참 재밌었던 기억이었다.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
박세리의 말처럼 <노는 언니>는 1년 동안 우리들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좋은 추억을 안겨주며 화요일 밤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이제는 스핀오프 예능 <노는 브로>를 탄생시켰고 재방송도 자주 나올 정도로 알짜 프로그램으로 우뚝 올라섰다. 1년 만에 위상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케이블 채널 속에서 <노는 언니>는 남들과는 구별되는 개성으로 지금의 위치를 마련해왔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1년을 뛰어 넘어 늘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어주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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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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