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임대차법 보완 필요하다

라동철 2021. 8. 4.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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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년을 맞은 주택임대차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임대차 3법 가운데 지난 6월 1일 시행된 전월세신고제는 쟁점에서 다소 비껴나 있지만 지난해 7월 31일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권은 임대차법이 세입자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 야권은 전세난 주범이라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대다수 제도가 그러하듯 임대차법도 장점과 단점이 섞여 있다. 집주인이냐, 세입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세입자들의 주거 여건이 악화된 건 객관적 사실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억1834만원으로 1년 전(2억5554만원)보다 24.6% 올랐다. 전월세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닌 신규 계약이 급등을 주도했다. 갱신 주택도 임대료를 상한인 5%까지 올리는 게 일반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의 반전세·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세입자에게는 불리한 여건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전체 임대차 거래의 39.4%로 법 시행 직전 1년(28.1%)에 비해 6.8% 포인트 증가했다. 갭투자 관련 규제 강화와 저금리 고착화로 인해 전세 보증금 활용도가 떨어지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어났기 때문일 게다.

임대차법 폐지론자들은 이런 현상들이 임대차법의 부작용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계약갱신청구권이 전월세 매물 잠김을 초래한 측면이 있지만 전월세 가격이 치솟은 가장 큰 이유는 집값 상승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주택 신규 공급 부족,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 떠넘기기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의 주범이 임대차법이라는 건 논리적 비약이다.

임대차법이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100대 아파트의 올해 5월 임대차 갱신율은 77.7%으로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평균(57.2%)보다 20% 포인트가량 높다. 갱신 계약의 임대료 인상률도 76.5%가 종전 대비 5% 이내였다. 집값이 급등해 전월세 가격이 따라 오를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임대차법이 세입자 부담을 덜어주는 완충 장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을 갱신한 임대주택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8월 이후에는 집주인들이 전월세 가격을 대폭 올릴 가능성이 높다. 감당할 여력이 없는 세입자들은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주변 시세가 많이 올라 이사할 집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릴 게 뻔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세입자 단체, 일부 시민단체들이 임대차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임대차 시장은 집값, 금리, 대출 제도, 공급 물량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세입자들이 겪을 혼란과 고통이 뻔히 보이는데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임대차법은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가 상충된다면 실거주자이자 주거 약자인 세입자의 권리 보호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스웨덴 등 다른 국가들도 세입자의 계속 거주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법의 취지를 살리고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가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어렵게 제도화된 내용이어서 당분간은 제도 안착에 주력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안이한 태도다. 신규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적용하고 계약 갱신 청구권 사용 횟수를 늘리는 식으로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임대인의 계약 갱신 거절 요건을 구체화하고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기존 세입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 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임대료 조정 시 기준이 될 수 있는 표준임대료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세난의 근본 원인인 물량 부족을 해소할 대책 마련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수요가 많은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와 가격대의 공공 임대주택을 꾸준히 확충해 가고 임대 목적에 충실한 생계형 임대 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을 통해 민간 공급 위축도 막아야 한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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