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검언유착·권언유착 의혹과 기자 윤리

정효식 2021. 8. 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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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사회1팀장

두 명의 기자가 있었다. 지난해 약 9000억원의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이철 VIK 대표를 취재했다. 한 명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다른 한 명은 장인수 MBC 기자. 전자는 소위 검언유착 의혹으로 204일 구속됐고 지난달 16일 1심 무죄를 선고 받았다. 후자는 검언유착 의혹 보도로 “언론계의 치부와 구체적 녹취록의 존재를 드러내 저널리즘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로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동시에 권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노트북을 열며 8/4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은 언론과 기자들에게 취재 윤리에 관해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통화 녹취록을 제시한 건 “(제보자) 지모씨의 유도에 의한 것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명백히 기자로서 취재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 보낸 서신에서 ‘검찰이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기 때문이다. 판결문엔 “정보 취득을 위해 위계(僞計)나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실천요강 2조5항)거나 “비윤리적이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취재원을 위협하고 괴롭혀서도 안 된다”(신문윤리 실천요강 2조)는 취재윤리 강령을 인용했다.

이 전 기자는 “재판부 의견을 존중하며 유념한다”면서 “지 씨가 정관계 금품제공 장부와 계좌파일을 넘길 수 있다고 함정을 파서 특종 욕심에 낚인 것이며 MBC가 몰카를 찍고 함께 했다”고 주장했다. 지 씨와 MBC가 한 검사장과의 녹취록을 확보하려고 함께 몰카 함정을 팠다는 주장이다.

판결문도 각주에 이 전 기자가 지 씨의 요구로 녹취록을 제시한 만남 자리에 “MBC 기자가 지 씨 제보에 따라 몰래 동행 취재를 했다”고 적었다. 위장·몰카 취재 역시 기자협회와 신문윤리 실천요강 신분사칭·위장금지 및 도청·비밀촬영 금지를 각각 위반한 것이다.

장 기자는 이 전 기자의 서신을 확보한 상황에서 위장·몰카 취재가 불가피했느냐는 질문에 “지 씨 제보 확인 차원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카페 내부에서 촬영만 한 것”이라며 “드론이나 헬기 촬영과 뭐가 다르냐”라고 반박했다.

목적이 스스로 숭고하지 않을 뿐더러, 설사 목적이 숭고하다 해도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특종에 대한 욕심이 검언유착·권언유착의 시비를 낳았다. 인터넷신문 포함해 언론사 2만 3000개, 개인 유튜버 10만명 시대다. “다들 그러지 않냐”는 식으로 넘어간다면 기자가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정효식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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