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나건웅 2021. 8. 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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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이윤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여럿이다. ‘똑똑한 가격 정책’도 그중 하나다. 원래 가격이라면 구입하지 않았을 고객에게는 값을 조금 낮춰 제품을 사도록 유인하고, 반대로 가격을 올려도 기꺼이 제품을 구입할 고객에게는 인상된 가격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처럼 정해진 금액 없이 제품·서비스 가격을 유동적으로 바꾸는 전략을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라고 한다. 경제학원론에도 나올 정도로 다 아는 내용이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개인의 취향이나 지불 의사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발달로 보다 정교한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유통·물류·보험 등 분야를 막론하고 여러 기업이 앞다퉈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하는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에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실험이 진행 중이다. ‘프레시스토어’는 유통기한이 임박할수록 상품 가격을 자동으로 낮추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프레시스토어 제공>

▶상황에 따라 실시간 가격 변경

▷수요·공급, 경쟁 업체 가격 등 고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성수기에 비싸지는 비행기표, 이른 아침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조조 영화표, 재고 상품을 떨이로 파는 대형마트가 여기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동된다기보다는 미리 정해놓은 가격 구간에 밀어 넣는 성격이 강하다. 데이터 분석 없이 그저 ‘감’으로 가격을 결정한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IT 발달로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점점 고도화되는 중이다. 이제 기업은 경쟁 업체 가격, 수요·공급, 제품 생애 주기 같은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가격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동일 상품에 대한 경쟁사 가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가격을 끊임없이 변경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아마존 상품 가격은 하루 250만번 넘게 바뀐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적용된 제품은 가격이 평균 10분마다 한 번씩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최저가를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저관여 상품’은 가격을 소폭 올려 마진을 확보한다. 대신 소비자에게 잘 팔리고 인지도가 높은 제품은 공격적으로 값을 낮춘다. 일례로 2017년 말 영국 아마존닷컴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7’ 가격을 하루 동안 약 510파운드에서 439파운드까지 14% 가까이 내렸다. 이렇게 히트 상품 가격을 적극 낮춤으로써 소비자들은 ‘아마존은 싸다’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근간으로 한다. 우버는 승객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 드라이버 요금을 인상하는 ‘서지 프라이싱’ 제도를 운영한다. 우버를 찾는 고객은 많은데 활동 중인 드라이버는 없을 경우, 요금을 차츰차츰 올려 드라이버가 해당 지역으로 향하게끔 유도한다. 반대로 차량이 많이 돌아다니는 시간대와 지역에서는 요금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구조다.

요금을 결정하는 우버 AI 알고리즘에는 승객 호출 데이터를 비롯해 주변 도로 상황, 지역별 특성, 날씨 등 여러 변수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대형 콘서트가 끝난 직후 공연장 근처 또는 폭설로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날에는 우버 드라이버가 높은 요금으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갈 길이 급한 손님이 택시를 향해 굳이 ‘따따블’을 외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알아서 가격을 조정해주는 것이다. 드라이버도 손님도 ‘윈윈’이다.

▶한국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열풍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 매장도 ‘속속’

국내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한 기업을 꽤 찾아볼 수 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주요 온라인 쇼핑몰 가격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그러던 중 다른 쇼핑몰에서 쿠팡 판매가보다 저렴한 상품을 발견할 경우 해당 상품 가격을 타 쇼핑몰과 같거나 조금 낮게 변경한다. 쿠팡이 최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비결이다.

배달 앱 후발 주자 쿠팡이츠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덕을 톡톡히 봤다.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를 배달 수요·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책정했는데 이게 먹혔다. 날씨가 나쁘고 배달 주문량이 많은 지역일수록 높은 요금을 책정해 라이더를 쿠팡이츠로 유입시켰다. 다른 배달 앱이 라이더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할 때 쿠팡이츠는 빠르게 배달을 수행하면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카카오도 비슷한 전략을 쓴다. ‘카카오T대리’는 지역별 수요·공급을 알고리즘이 계산해 적정 대리운전 요금을 고객에게 제시한다. 지난 6월 시작한 ‘카카오T퀵’도 마찬가지다. 기본 요금은 5000원이지만 배송 거리와 실시간 호출량, 주변 기사 수, 경로 특성 등을 고려해 탄력 요금을 적용한다.

보험사에서는 보험료 책정 과정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접목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자동차 운전자 운전 행태를 반영해 저마다 다른 보험료를 책정하는 자동차보험을 내놨다. 제휴를 맺은 현대·기아차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안전 운전 점수를 계산하고 점수가 높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AIA생명은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 매달 보험료 할인율이 바뀌는 보험을 업계 최초로 내놨다. 앱과 연동해 측정한 걸음 수나 건강검진 여부 등을 파악해 최대 20%까지 보험료 할인을 받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실험이 시작된 모습이다. 지난 6월 서울 강남에 문을 연 무인 밀키트 전문점 ‘프레시스토어’가 주인공이다. 프레시스토어는 냉동·냉장 자판기 12대를 놓고 샐러드·밥류·고기·안주 등 200여종의 밀키트를 판다. 재미있는 것은 상품 가격이 계속 바뀐다는 점. 사물인터넷 자판기가 시간대별로 어떤 물건이 많이 팔렸는지, 또 제품마다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한다. 남은 유통기한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자판기에 디지털로 표시된 제품 가격도 떨어진다. 프레시스토어를 운영하는 김문웅 스마트키오스크 대표는 “언제 팔릴지 모르는 제품을 재고로 떠안고 있는 것보다는 낮은 가격에라도 판매하는 것이 낫다. 디지털 방식 덕분에 매번 가격표를 바꿀 필요도 없다. 매장이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갈수록 가격 책정이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 주의점은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기준 마련해야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합리적인 이유 없는 가격 차별은 소비자 불만을 키울 수 있다. 운전 행태에 따른 보험료 차별, 배달 수급에 따른 라이더 요금 차별처럼 누구나 납득 가능한 가격 책정은 괜찮다. 하지만 소득이나 성별, 인종, 연령대 등에 따라 다른 가격을 부과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과거 아마존이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는 높은 가격, 구매력 없는 신규 고객에게는 저렴한 금액을 제시하는 방법을 도입했다가 고객에게 발각돼 불매운동이 일어난 적도 있다.

가격 변동폭이 너무 클 때도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2013년 뉴욕에 기록적인 폭풍우가 들이닥쳤을 때 우버 알고리즘이 요금을 평소의 8배로 올리는 바람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후 우버는 요금 상한선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김영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잉여를 기업이 모두 가져갈 경우 소비자는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고객 신뢰를 쌓아나가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0호 (2021.08.04~2021.08.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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