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눈이 옵니다' '시냇물은 졸졸졸' 작곡한 박재훈 목사[1922~2021.8.2]
‘산골짝의 다람쥐’ ‘시냇물은 졸졸졸’ ‘펄펄 눈이 옵니다’ ‘어머님의 은혜’ 등 국민 동요를 만든 박재훈 원로 목사가 8월 2일(현지 시간) 캐나다 미시사가 트릴리움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99세.
토론토 큰빛교회 원로 목사였던 고인은 암 투병 중 병세가 악화해 지난달 29일 입원했고, 나흘 만인 2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22년 강원도에서 태어나 평양 요한학교, 도쿄 제국고등음악학교, 미국 웨스트민스터대 합창대학 등을 거쳐 캘리포니아주 아주사 퍼시픽대학에서 명예 인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인은 평생 동요와 찬송가, 성가곡 1500여곡을 작곡했다. 광복 당시 평안남도 강서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던 고인은 일본군 군가 말곤 부를 노래가 없던 아이들을 위해 동시에 곡을 붙여 동요를 만들었다. 한국인이 쓴 찬송가가 거의 없음을 알고 ‘눈을 들어 하늘 보라’ ‘지금까지 지내온 것’ 등을 작곡해 ‘교회음악의 대부’로 불렸다. 한국교회 제1호 지휘자로도 활약했다.
한양대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1972년 국내 최초 창작 종교 오페라 ‘에스더’를 선보였다. 이듬해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1979년 캐나다로 건너간 그는 60세에 목사 안수를 받고 토론토 큰빛장로교회를 개척했다.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담은 오페라 ‘손양원’을 2012년 서울에서 초연해 누적 10만 관객 이상을 기록하며 2013년 제6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창작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오페라 ‘유관순’에 이어 3‧1운동을 주제로 40년에 걸쳐 만든 ‘함성 1919’는 3‧1절 100주년 즈음해 2019년 KBS홀에서 공연했다.
암투병 중에도 최근까지 독립운동사를 오페라로 만들다 세상을 떠났다. 2011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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